"불륜녀" 낙서 없다면… 외도한 아내 회사로 짐 보내도 명예훼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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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녀" 낙서 없다면… 외도한 아내 회사로 짐 보내도 명예훼손 아니다

2025. 11. 25 10:3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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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외도에 격분해 회사로 짐 택배 보내고 현관 비번 바꾼 남편

변호사 "단순 물건 배송은 사실 적시 아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정을 넘긴 시각, 야근했다는 아내의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다. 5년 차 부부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남자 동창과의 외도를 들키자 사과는커녕 "이혼하자"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격분한 남편은 아내의 짐을 싸서 처가와 아내의 회사로 보내버리고, 공동명의 아파트의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다.


아내는 "회사로 짐을 보내 망신을 줬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배신감에 한 행동이 오히려 남편을 전과자로 만들게 될까. 25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외도한 배우자에 대한 감정적 보복이 낳을 수 있는 법적 쟁점을 다뤘다.


"모텔 다녀왔나"… 젖은 머리로 귀가한 아내

사연자 A씨는 결혼 5년 차, 세 살배기 아이를 둔 평범한 직장인이다. 평온하던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몇 달 전부터였다. 일정한 출퇴근 시간을 지키던 아내가 갑자기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반복했고, 한밤중 베란다에서 은밀히 통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금요일 저녁 동창을 만난다던 아내는 연락이 두절됐다가 새벽에야 "정동진에 일출을 보러 왔다"고 둘러댔다. 결정적인 사건은 그 이후 터졌다. 야근 후 귀가한 아내의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던 것. A씨는 "모텔에 다녀온 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우연히 아내의 휴대전화에서 남자 동창과의 내밀한 문자 메시지를 발견한 A씨가 이를 추궁하자, 아내는 외도를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화를 내며 이혼을 요구하고 친정으로 떠났다. 분노한 A씨는 아내의 짐을 모두 싸서 처가와 아내의 회사로 택배를 보냈고, 장인·장모에게 외도 사실을 알린 뒤 집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회사로 짐 보내기, '명예훼손' 성립하나

아내는 회사로 짐을 보낸 행위가 자신을 망신 주기 위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 조윤용 변호사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사실관계, 즉 어떤 내용이 적시되어야 한다"며 "우편이나 택배를 이용하여 아내의 짐을 보낸 행위 자체에는 어떤 사실관계를 적시하였다는 행위가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동료들이 택배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소문이 날 수는 있겠지만, 짐을 보낸 행위만으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조 변호사는 "물론 봉투나 택배 박스에 '불륜녀', '불륜으로 인한 이혼' 등의 언사를 적어 보냈다면 형사처벌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내용물이나 상자 겉면에 구체적인 비방 목적의 문구가 없다면 단순 배송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장인·장모에게 외도 사실을 알린 행위 역시 명예훼손이 되기 어렵다. 명예훼손의 핵심 요건인 공연성(전파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부모님께서 딸의 내밀한 문제를 외부의 제3자에게 전달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동명의 집 비번 변경, '재물손괴죄' 위험

반면, 공동명의인 집의 비밀번호를 바꿔 아내를 못 들어오게 한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형법상 타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물건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유사한 사건에서 사연자가 무단으로 현관 비밀번호를 바꿔 아내가 출입할 수 없도록 사용 제한을 한 것에 대해 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던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조 변호사는 "아주 중대한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니고 경미한 벌금형 정도에 그쳤다"며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별거를 하면서 일방은 집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흔히 있어, 이혼소송 중이라는 사정이 어느 정도는 감안이 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혼 소송 승자는?

A씨의 이러한 감정적 대응이 이혼 소송에서 그를 유책배우자로 만들지는 않을까. 결론적으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여전히 아내에게 있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분석이다.


조 변호사는 "부부가 별거에 이르게 된 주원인은 부정행위를 한 아내에게 있다"며 "사연자에게도 다소 잘못은 있기는 하지만, 유책은 아내에게 있다고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조 변호사는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사연자가 고의적으로 면접교섭을 방해하거나 막는다면 양육권 판단에 있어서도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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