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열기 찬물 끼얹은 '용지 부족' 사태… 발길 돌린 유권자 구제받을 길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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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열기 찬물 끼얹은 '용지 부족' 사태… 발길 돌린 유권자 구제받을 길 없나

2026. 06. 03 23:1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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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대기자에 한해 투표시간 연장 적법

이미 떠난 유권자는 구제 '막막'

형사처벌보단 '국가배상' 그칠 듯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지방선거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동나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상 초유의 참정권 침해 사태가 벌어졌다.


본투표일인 3일, 투표소로 향했던 일부 시민들은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빚어진 투표소가 모두 14곳이라고 밝혔다. 뒤늦게 대기자들에게 '선거인명부 대조 전표(번호표)'를 나눠주고 투표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번호표를 받지 못하고 이미 투표소를 떠난 유권자들의 참정권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즉각적인 개표 중단과 재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과연 법적으로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투표 시간 연장은 적법… 발길 돌린 유권자 구제는 '막막'


우리 법(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은 투표 마감 시간(오후 6시)에 투표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거인에게 번호표를 부여해 투표하게 한 후 투표소를 닫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가 교부한 '대조 전표'는 이 조항의 번호표에 해당하므로 시간 연장 자체는 적법하다.


문제는 현장을 이미 떠난 유권자들이다.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투표 기회를 놓친 개별 유권자가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사후적 구제 수단은 전무하다.


선거 진행 중 선관위의 개별 행위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선거가 완전히 끝난 후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배상 청구는 가능… 위자료 수준 그칠 듯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선관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국가배상법(제2조 제1항)에 따라 공무원이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법원은 통상 선관위 직원의 단순 법령 해석 오류 등에는 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투표용지 수량 산정이라는 기본적 선거 관리 업무의 실패이므로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보상 범위는 참정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피해(위자료)로 한정돼 그 금액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는 선거 종류에 따라 다르다. 시·도지사 선거는 소청 절차 없이 14일 이내에 대법원에 바로 선거소송을 내야 하며, 구·시·군 장이나 지방의원 선거는 관할 선관위에 선거소청을 먼저 거친 뒤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책임지겠다"는 선관위… 형사 처벌은 어려워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 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형법상 직무유기죄 등을 검토할 수는 있으나, 이는 담당자의 명백한 '고의'가 입증되어야만 성립한다.


수요 예측 실패나 수량 산정 착오와 같은 단순 행정 과실에 형사 책임까지 묻기는 법리적으로 매우 까다롭다.


관리 부실로 선거 무효? 핵심은 '표 차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선거 무효' 주장은 어떨까. 공직선거법(제224조)은 선거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에만 선거를 무효로 한다.


대법원 판례는 선거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여 당락에 영향을 줬을 때만 엄격하게 무효를 인정한다.


즉,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당선인과 차점자의 득표 차이보다 큰 선거구에서만 선거 무효 주장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 표 차이가 넉넉하게 벌어진 지역이라면 용지 부족 사태만으로 선거가 통째로 무효가 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정치권의 '재투표' 요구… 실현 가능성은 10~20% 미만


일부에서 요구하는 즉각적인 재투표 역시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재투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제198조 제1항)은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를 요건으로 한다.


이번 사태는 투표 자체가 아예 열리지 않은 것이 아니며, 자연재해 등 외부적 불가항력 상황이 아닌 행정 과실이다.


따라서 이 조항을 근거로 한 재투표 가능성은 10~20% 수준으로 매우 희박하다. 결국 즉각적인 재투표가 아닌 선거소송을 통한 재선거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마저도 앞서 언급한 표 차이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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