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잡느라 돌멩이 넣어 만들었는데 "당신이 만든 눈사람 때문에 다쳤으니 책임져"
모양 잡느라 돌멩이 넣어 만들었는데 "당신이 만든 눈사람 때문에 다쳤으니 책임져"
눈사람 형태 잡기 위해 큰 돌에 눈 덧대 만든 A씨
이 사실 모른 행인, 눈사람을 발로 차다가 다리 부러져
"치료비를 달라는데 보상해줘야 하는 건가요?"

모양을 잡기 위해 돌에 눈을 덧대 눈사람을 만들었던 A씨. 그런데 이 눈사람 때문에 "치료비를 물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고 있다. /셔터스톡⋅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눈으로 전국이 하얗게 뒤덮였다. 두텁게 눈이 쌓이자 곳곳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신의 집 주차장 한쪽에서 눈을 뭉치던 A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눈은 생각처럼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A씨가 생각해낸 방법은 돌과 양동이. 그는 사람 얼굴만 한 돌에 눈을 덧대 눈사람의 얼굴을 만들었다. 같은 방식으로 양동이를 이용해 몸통을 세웠다. 그제야 눈사람은 동글동글한 형태를 갖췄다.
눈사람을 그대로 둔 채 집으로 돌아온 A씨. 그런데 다음 날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갔더니 한 소년이 눈사람 옆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져 있었다. 알고 보니 어머니와 길을 가던 B군은 눈사람 얼굴에 돌이 있는지 모르고 해당 부분을 강하게 찼던 것이었다. 운동에서 배운 발차기를 해보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B군의 어머니는 A씨가 눈사람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치료비와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B군은 그 일로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했다.
눈사람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던 A씨. 그는 B군 측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까.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치료비 등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B군 측은 손해배상을 해달라는 입장인데 A씨의 사건은 그러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선린 강남 분사무소의 주명호 변호사는 "A씨에게 책임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①가해자(A씨)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② 그 행위는 위법(위법성)하며 ③가해 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인과관계)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는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도 4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는 사람을 골탕 먹이려고 눈사람을 만들지 않았다"며 "누군가 눈사람을 찰 거라고 예상하지도 않았고, 눈사람 형태를 잡으려고 돌을 넣은 것"이라고 했다.
즉, A씨는 사람을 다치게 할 고의 또는 과실이(①) 없었다. 눈사람을 만든 것이 법을 어긴 행동(②)도 아니었다.
이어 "A씨가 B군에게 눈사람을 차도록 시키거나, 던진 것이 아니라 B군이 스스로 찼다"며 "A씨의 행동과 B군이 다친 것과 인과관계도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B군의 치료비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법률사무소 빛의 김경수 변호사도 "B군의 상해에 대해 A씨가 변상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눈에 돌을 넣어 일부러 타인에게 던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을 다치게 하려는 고의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변호사는 "눈싸움을 하면서 뭉쳐놓은 눈 안에 돌을 넣었다면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지세훈 변호사는 "눈에 돌을 넣어서 눈싸움을 하다가 상대방이 다치면 상해죄가 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설령 다치지 않았더라도 상해미수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 변호사는 "다치지 않아도 고의를 갖고 돌 넣은 눈을 던졌다면 상해미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손해배상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지 변호사는 "보통 치료비에 소액의 위자료라 금액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부러진 게 아니라 멍이 든 정도라면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쳐 20~50만원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