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조기폐쇄' 문제 조목조목 찾아내고, 막상 고발은 안 한 감사원의 위험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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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조기폐쇄' 문제 조목조목 찾아내고, 막상 고발은 안 한 감사원의 위험한 선택

2020. 10. 21 10:51 작성2020. 10. 21 15:07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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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결과⋯'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인위적 개입

해당 공무원에 적용될 혐의 따져보니⋯증거인멸 및 감사원법 위반

감사원이 이들 고발하지 않으면, 감사원이 고발당할 수도

지난 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정부가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경제성 평가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를 묵인했으며,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내용은 하나같이 충격적이었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들은 "증거인멸죄⋅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감사원법 위반, 직무유기 등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공무원들이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감사원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행위 가담자들을 아프게 꼬집었다. 대국민 발표 자료에 '자료삭제 관련'이라는 별도의 소제목을 할애해서 산업부의 감사 방해 행위를 부각시키거나, 고위 관료를 영문 이니셜로 특정해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고발하겠다는 내용은 빠졌다. 대신 자료 말미에 "수사참고자료를 관계기관에 보내겠다"는 말만 남겼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위법 소지가 다분한 일을 저질렀다고 잔뜩 써놓은 뒤에, 정작 이들을 형사 고발한다는 내용을 빼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만약 감사원이 이 문제를 제대로 고발하지 않으면, 오히려 감사원이 법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고발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감사원이 지적한 조직적 개입⋯해당 공무원들에게 적용될 혐의들

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들의 행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혜명'의 김병영 변호사,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 /로톡 DB
(왼쪽부터) '법무법인 혜명'의 김병영 변호사,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 /로톡 DB


① 자료 삭제 지시⋯형법상 '증거인멸'죄

지난해 11월 산자부 국장은 부하직원 A씨에게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실제로 한 달 뒤, A씨는 지시받은 대로 해당 자료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혜명의 김병영 변호사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자료 삭제를 지시한 국장은 '증거인멸 교사'. 실제로 삭제 행위를 한 A씨는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 또한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형법 제155조는 '증거인멸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를 교사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처벌된다.


② 거짓 진술 및 번복⋯감사 방해로 '감사원법' 위반

감사원에 따르면, 산자부 공무원들은 증거 인멸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감사 방해 행위를 했다. 거짓 진술을 하거나 한 번 했던 진술을 뒤집는 등의 행위였다. 감사원은 이같은 행위를 감사원법 제51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감사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❶감사 거부 또는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❷감사를 방해하거나 ❸자료 제출 또는 출석 요구를 받고 따르지 않은 경우 처벌받는다. 실효적인 감사를 위한 법적 장치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병영 변호사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감사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③ 한수원의 평가 조작 묵인⋯산업부 장관 '직무유기'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은 한수원 이사회의 평가 과정 개입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눈 감았다. 감사원은 이사회의 관여로 평가 업무의 신뢰성이 저해됐고, 장관을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내버려 뒀다"고 했다.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직무유기는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다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업무를 하지 않았을 때 성립한다. 예를 들어 직장의 무단이탈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론적으로는 산업부 장관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있을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 재판까지 가면 유죄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병영 변호사는 "단순히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사정만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산자부 장관이 직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입증도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이 고발 안 하면?

감사원은 아직 이들에 대해 고발을 하지 않았다. 현재, 감사원이 자료 삭제 행위 등과 관련한 수사 참고자료를 수사기관에 보낼 예정이라는 것만 알려졌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34조는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감사원이 고발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모든 공무원은 위법행위에 대한 고발 의무를 지지만, 감사원 공무원은 더 특별한 고발 의무가 있다"며 "감사원의 특성상 위법행위를 눈감는다면 이보다 더한 직무유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영 변호사도 "감사원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고서도 고발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죄의 책임을 부담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법 제35조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일 감사원이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고발을 끝까지 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고발당하는 건 감사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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