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로 '설날 제사'를 거부하는 아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나요?"
"종교적 이유로 '설날 제사'를 거부하는 아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나요?"
명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갈등 '제사 거부'
이혼 사유 될 수 있긴 하지만⋯재판에서 더 중요하게 보는 건 '이것'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가 전달보다 평균 11.5% 증가했다. /연합뉴스
온 가족이 삼삼오오 모이는 즐거운 설 명절. 하지만 오히려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가 전달보다 평균 11.5%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차례상 대신 브런치' 모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제사 대신 며느리들끼리 수다를 떨자는 모임이다. 이같은 '제사 거부'에서 시작된 갈등이 이혼에 대한 책임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이혼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의 자문과 법원 판례를 정리했다. 중요한 건 '제사 거부' 자체가 아니었다.
우선 '제사 거부'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사례가 있긴 하다. 지난 2016년 대구지법 경주지원 판례다.
당시 법원은 종교적 이유로 제사를 거부한 경우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종교에 심취해 가정을 등한시한 아내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 이영주 법률사무소'의 이영주 변호사는 "이 판결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며 "단순히 제사를 거부한다고 해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제사 거부 때문에 부부의 불화가 계속되었고, 부부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났기 때문에 이혼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당시 아내는 제사를 거부하는 동시에 가출했으며, 종교를 인정해줄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제사 거부' 자체가 아니라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했는지 여부라는 취지다.
지난 1990년 대법원도 아내의 '제사 거부'와 관련해 남편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은 "남편은 혼인 전부터 아내의 종교 신봉을 알고 양해한 상태에서 혼인했다"며 "아내가 남편의 신앙 포기 요구에 따르지 않아 혼인 생활이 파탄에 빠지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남편은 '제사 거부'를 이유로 아내에게 여러 차례 폭행을 가했다. 결국 폭행을 견디지 못한 아내가 가출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혼인 파탄의 책임은 제사를 거부한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 더 크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제사 거부' 때문에 배우자 측 부모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모욕적 발언이나 폭언 등을 듣기도 한다. 우리 법원은 이런 경우 갈등을 중간에서 제대로 중재하지 못한 배우자의 책임 또한 묻는다. 관계를 위해 노력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파탄을 이끄는 행동을 했을 때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서울가정법원은 고부갈등 상황에서 적절한 개입을 하지 않은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이혼 청구 소송을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남편이 혼인 관계를 원만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면서 "(부인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