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교수 에세이 (50)] 청소년이 모텔에 혼숙하면 풍기문란?
[정형근 교수 에세이 (50)] 청소년이 모텔에 혼숙하면 풍기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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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8세의 남녀가 모텔에 혼숙한 사실을 적발하였다. 당시 모텔 주인은 잘못한 거라면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던 것뿐이라며 억울해하였다. 경찰관처럼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손님의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경찰이 18세의 남녀가 모텔에 혼숙한 사실을 적발하였다. 청소년은 19세 미만의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그날 밤 그 모텔에서 투숙하던 사람들끼리 싸움이 발생하여 출동한 경찰에 의하여 청소년들이 혼숙한 사실도 발각되었다. 경찰은 그 지역의 시장에게 모텔을 운영하는 숙박업자가 청소년을 혼숙시켰다는 사실을 통지하였다. 법은 숙박업자가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으로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자 시청에서는 모텔주인에게 영업정지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그 전에 청문을 열겠다고 모텔주인에게 통지서를 보냈다. 시청에서 열린 청문에 참석한 모텔주인은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요즘 아이들 키들이 커서 겉모습으로 청소년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투숙객들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누가 보여주나요?"
모텔주인은 두 청소년이 자신이 카운터에 있을 때 들어왔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남녀의 키가 180cm는 넘을 정도로 컸으며, 모자까지 쓰고 있으니 완전 성인으로 알았다고 했다. 그런 청년들에게 신분증 보여달라고 할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청문 과정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하였지만, 시장은 청소년을 혼숙시켰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하였다. 지금도 장사가 안되어 힘든 상황인데, 모텔을 한 달 동안을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 경찰에서는 모텔주인을 청소년보호법위반 사건에 대하여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한 상태였다. 청소년들이 한번 투숙한 일로 의뢰인은 형사처벌도 받고, 영업정지까지 당할 입장에 놓였다.
청소년보호법은 모텔에 청소년을 숙박시키면 무조건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청소년에 대하여 이성 혼숙을 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할 때 형사처벌도 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영업정지처분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청소년이 남녀 혼숙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경찰서장 등은 그 부모에게도 의무적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청소년의 혼숙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혼숙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도 하고, 영업정지와 같은 불이익처분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제일 큰 문제는 투숙객이 청소년인지 알려면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데, 모텔주인이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사회단체, 기업체 등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때, 신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면 주민등록증의 제시를 요청할 수 있다.
남녀 청소년이 같은 방에 투숙(혼숙)하는 경우를 무조건 풍기문란의 한 사례로 보는 것도 문제다. 사전에는 풍기(風紀)란 풍속이나 풍습에 대한 기율이라고 한다. 특히 남녀가 교제할 때의 절도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풍기문란은 (청소년) 남녀가 교제할 때 지켜야 하는 도리를 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숙박업소의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행위를 풍기문란으로 단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과도한 규제로 생각되었다. 청소년인 이성 남녀가 한방에 투숙하는 것을 법은 문제 삼는데, 동성애자인 동성자들이 혼숙하는 것은 법에 걸리지 않는다.
또 그 당시 민법은 약혼연령과 혼인적령에 관하여 남자는 만 18세, 여자는 만 16세로 정하고 있었다. 이들은 19세 미만이라 청소년에 해당되고, 이들이 약혼상태에서 투숙할 수도 있다. 민법에서 남녀 나이 차이를 둔 것은 불합리한 차별로서 남녀평등에 반한다는 비판이 있어서 2007. 12. 21. 개정된 민법은 약혼연령 및 혼인적령을 남녀 모두 18세로 조정하여 헌법상의 양성평등 원칙을 구현하였다.
의뢰인은 자신이 잘못한 거라면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던 것인데, 어떻게 손님의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경찰관처럼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모텔 사장이 손님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억울하다고 것이었다. 평소 종업원에게 나이 어린 청소년은 투숙시키면 안 된다고 교육해 왔고, 그날은 자신이 직접 근무 중에 생긴 일이라서 청소년보호법 위반에 대한 고의나 과실도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실제로 의뢰인의 말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2004. 1. 29.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유해업소의 업주 및 종사자는 출입자의 연령확인을 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만들었다. 업주는 필요한 경우 주민등록증이나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증표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고, 만약 증표제시를 요구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증표제시를 거부할 경우에는 해당 업소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이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게 했다. 의뢰인이 청소년을 혼숙시켜 영업정지를 당한 때는 위와 같은 규정이 없던 때였다.
나는 모텔 영업을 1개월 정지시킨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재판을 제기하였다. 시청에서 영업정지 기간으로 정해준 기간이 몇 달 남은 상태였기에 의뢰인은 집행정지 신청은 소장을 접수한 후에 하자고 했다. 검찰은 의뢰인에 대한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하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법원에 기소를 하였다. 그러자 의뢰인은 행정소송 재판 결과도 좋게 나올 것 같지 않으니까 차라리 영업정지를 받아버리면 좋겠다고 했다. 한 달 손해 보고 새롭게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하였다.
그런 후에 시청을 대리하는 피고 측 변호사가 "원고가 영업정지처분 1개월을 스스로 이행하였기에 처분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다. 그 서면을 받고 깜짝 놀라서 원고에게 진짜로 한 달간 영업정지를 당한 것을 이행해버렸냐고 물었다. 그러자 원고는 "어차피 여름철에는 손님도 없어 장사가 안되니까 시청에 이야기를 하고 한 달간 모텔 문을 닫아 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시청 대리인 변호사가 이런 사실을 알고서 영업정지처분 취소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 상태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이 소멸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그 처분을 취소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숙박업을 하는 원고가 앞으로 동일한 사유로 행정처분을 당하게 되면, 기존에 행정처분을 당한 사실이 있으면 가중적으로 제재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사유가 된다. 마치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자가 양형에서 불리하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이미 소멸되어 버린 영업정지처분일지라도 그 처분이 위법한 경우에는 취소를 구할 실익이 있다. 재판과정에서 이런 점을 강조한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다.
판결을 선고하기로 한 며칠 전에 의뢰인이 전화를 하였다. 담당 재판장과 잘 아는 사이인데, 승소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재판장은 집행정지를 받아놓지 않은 것을 지적하였다고 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하여 판결을 선고하기도 전에 미리 원고 본인에게 판결 결과를 알려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의뢰인의 말처럼, 재판 결과는 패소였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판결문을 보니 시청이 한 영업정지 처분이 집행정지된 적이 없고, 이미 원고가 영업정지를 당한 상태라서 취소를 구할 처분이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소는 재판 계속 중 그 소의 이익이 소멸되어 부적법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고 했다.
내가 재판한 것과 같은 쟁점이 문제 되자 대법원은 1995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이미 소멸한 처분에 대한 취소를 허용하지 않았다(대법원 1995. 10. 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 판결 [자동차운행정지가처분취소등]). 행정처분 기준에서 위반 횟수에 따라 가중 처분하게 되어 있을지라도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반대의견은 제재적 행정처분에 있어서는 그 처분의 전력을 내용으로 한 가중요건이 규칙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제재 기간이 지난 후에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실질적 이익이 있다고 했다. 이 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행정처분은 나중에라도 취소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 같은 사건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이런 불합리한 대법원의 입장이 거의 10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 2006년에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10년 전에 있었던 대법원의 반대의견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불이익을 가하는 제재적 행정처분을 당한 사실이 앞으로 불리한 가중사유로 작용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면, 이미 소멸된 처분의 취소도 가능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 판결 [영업정지처분취소]). 그러니까 세상에 영구적인 것은 없다. 사정이 바뀌고 대법원에 대법관이 교체되면 같은 사정이라도 다르게 판결하는 일이 생긴다. 내가 대법원에서 상고를 하면서 저런 주장을 하였건만, 그때는 매정하게 뿌리쳐 버리더니 불과 1년 후에 기존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