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영업정지, 실현 가능성은?…개인정보 유출로 문 닫게 할 법적 근거는 없다
쿠팡 영업정지, 실현 가능성은?…개인정보 유출로 문 닫게 할 법적 근거는 없다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에 국회서 '영업정지' 거론
법조계 "현행법상 어려워"
소비자·판매자 2차 피해 우려도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17일 국회 과방위 청문회장.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날 선 질의가 배경훈 과기부총리를 향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하며 '영업정지'라는 초강수를 주문한 것이다.
배 부총리는 "공정위와 적극 논의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분노한 여론과 달리, 법의 테두리 안에서 쿠팡의 '셧다운'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적 근거 없다"…영업정지 카드의 딜레마
쿠팡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임시중지명령이다. 하지만 이 카드를 꺼내기엔 조건이 까다롭다. 법 제32조의2는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등 명백한 위법 행위가 있을 때만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은 정보보호 의무 위반이지, 허위·과장 광고와 같은 기만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즉, 이번 사태가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역시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규정은 있지만, 영업정지 조항은 없다. 결국, 정부가 영업정지를 밀어붙이려 해도 법적 근거 부재라는 벽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멈추면 다 죽는다"…영업정지의 나비효과
만약 법적 난관을 뚫고 영업정지가 현실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쿠팡에게는 그야말로 '핵폭탄'급 재앙이다.
우선, 하루아침에 매출이 0원이 된다. 쿠팡의 연간 매출을 감안하면, 영업정지 한 달 만에 약 2조 4,600억 원이 증발한다. 여기에 인건비 등 고정비용까지 합치면 손실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의 주가 폭락과 주주들의 소송전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다.
더 큰 문제는 2차 피해다. 쿠팡에 입점한 수만 명의 소상공인과 배송 기사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다. 로켓배송에 의존하던 소비자들의 불편도 무시할 수 없다.
법원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처분을 취소할 때 "납품업체와 근로자들의 피해"를 고려했던 것처럼, 쿠팡의 영업정지는 단순히 기업 하나를 벌주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를 고려할 때 정부는 역대급 과징금과 책임자 형사 처벌로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 측 "깊이 사과…보상안 검토 중"
한편,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국민께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현재 규제 기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와 함께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로저스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상 이번 사고는 공시 의무가 있는 중대 사고가 아니며, 미국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여 책임 소재를 두고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