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 잘 보내는 '가해' 선생님을 내보내는 대신, '피해' 학생을 내보낸 자사고
[단독] 대학 잘 보내는 '가해' 선생님을 내보내는 대신, '피해' 학생을 내보낸 자사고
생활지도를 이유로 학생 무차별 폭행한 선생님⋯전치 4주 상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2차 가해⋯피해 학생 책상 빼고, 조롱과 무시 이어져
결국 전학 가고,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재판부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 바뀌었다"
![[단독] 대학 잘 보내는 '가해' 선생님을 내보내는 대신, '피해' 학생을 내보낸 자사고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04312231936946.jpg?q=80&s=832x832)
교사에게 맞아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은 학생. 그런데 학교를 떠는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피해 학생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셔터스톡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자사고. 여름방학이 끝난 후 등교한 학생들 사이에서 A군은 우왕좌왕했다. 자신의 책상과 의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서 나가라"는 간접적인 신호였다.
A군은 이런 괴롭힘에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다. 그리고 심각한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이를 주도한 것이 학생들이 아니었다. 바로 선생님들과 학부모 등 바로 '어른'들이었다.
사건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군은 "학급 분위기를 흐리게 했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 B씨에게 혼이 났다.
하지만, 그 정도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담임 교사 B씨는 신문지를 여러 겹 말아 만든 막대기로 A군의 허벅지를 수차례 때렸다. 앞쪽, 뒤쪽 가릴 것 없었다.
"싸대기를 때리고 싶은데 참고 있다" "XX가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는 등의 폭언도 쏟아졌다.
이 일로 A군은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입은 마음의 상처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사건은 당시 A군 보호자인 고모가 국민신문고, 교육청 등에 민원 접수를 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교육청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 측은 그를 담임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이는 주요 일간지에도 보도 됐었다.
그렇게 B씨는 더 이상 학교에서 보지 못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학교를 떠난 건 A군이었다.
그 이유는 B씨가 소위 '대학을 잘 보내는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B씨가 업무에서 배제되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그런 '응원'에 힘입어 B씨는 다시 교단에 섰다. 이에 반해 A군은 선생님들의 무시 및 같은 반 학생들의 외면 속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전학을 가게 됐다.
이에 대해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의 이관용 부장판사는 이렇게 요약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사실 B씨는 가중처벌 대상이었다. 적용된 혐의 자체가 그랬다.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에 따라 정해진 형의 1.5배까지 무겁게 처벌받을 수 있었다.
관련법에 따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여기에 가중처벌까지 더해지면 최대 징역 7년 6개월, 또는 4500만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처벌은 어땠을까. 재판을 담당한 최미복 판사는 B씨에게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동료 교사 및 B씨의 학생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는 이 정도에도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해 열린 2심에서는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바로 A군에 대한 '2차 가해' 사실이었다.
A군이 맞은 것을 두고 "여자한테 맞은 게 뭐가 아프냐"는 식의 다른 선생님들의 조롱과 무시가 이어졌다. 또한, 방학이 지난 후 피해 학생 A군의 책상을 교실에서 뺀 사실도 드러났다. 선생님들이 앞장서자 같은 반 학생들의 따돌림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학교 학부모가 모인 단톡방에서는 A군 보호자에게 직접적으로 "이 (대화)방에서 나가라"는 요구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입시 성적을 위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어른들. 이에 대해 이관용 부장판사는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집단적으로 피해자를 해당 학교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가해자를 보호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고통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선생님 B씨 뿐만 아니라 학교, 더 나아가 학부모들의 책임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도층을 배출하고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명문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강하게 꾸짖었다.
또한, "피해 학생의 보호자에게 전화로 '체벌'에 대해 허락을 받았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허락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피해 학생에게 전치 4주의 상해를 발생시키는 것까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반성하고 있는 점,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부양해야 하는 점, 그리고 재범의 위험이 낮은 점을 고려해 2심도 벌금 500만원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려는 학교와 학부모의 요구가 결합돼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고통을 가했다."
"하지만 이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책임이 크고 전적으로 피고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