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죄라니 정말 억울해요! 커닝 '당한 것'도 문제가 되나요?"
"업무방해죄라니 정말 억울해요! 커닝 '당한 것'도 문제가 되나요?"
시험 보는 중에 친구에게 답안지 보여주다 감독관에게 걸린 A씨
업무방해죄로 고발당해⋯베끼지 않아도 처벌 대상일까

다른 사람의 시험 답안지를 본 사람이 처벌되는 건 납득이 가는데, '컨닝'을 당한 사람도 처벌될 수 있다는 건 왜일까.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한 대학교의 시험 기간. 강의실 한쪽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책상 위에 놓인 시험지를 사이에 두고, 두 학생이 미묘하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학생들 지금 뭐 하는 건가?"
이상한 낌새를 목격한 시험 감독관이 이들에게 다가와 확인했다. '커닝(cunning)'이었다. A씨는 자신의 답안지를 B씨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답안지를 B씨는 열심히 베끼는 중이었다.
감독관은 두 학생의 행동을 눈감아 주지 않고 일벌백계했다. A씨를 '업무방해죄'로 고발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커닝을 하지 않은 자신이 고발된 게 억울하다. '답안지를 보여준 것까지 처벌하는 건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법적으로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변호사들은 '답안지를 보여주는 것'도 범죄라고 했다. '업무방해죄'다. 이 죄는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그렇다면 A씨는 누구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까. A씨가 재학 중인 학교다. 학교는 학생들의 시험과 수업 등 학사 과정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운영되게끔 업무를 한다. 하지만 A씨는 친구의 커닝을 도와 공정한 시험이 치르는 것을 방해했다.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는 "보여주기만 한 행위라도 업무 방해에 대한 공모나 최소한 방조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고발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닝을 하고 보여준 사람 모두 최소한 '방조'로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도 "커닝을 한 사람도, 답을 보여준 사람도 모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인순 변호사는 "답을 보고 쓴 사람과 미리 답을 보여주기로 의논했다면, 답을 본 사람과 공동정범(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커닝을 함께 계획하는 등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면, 커닝을 한 사람과 공범으로 똑같이 처벌된다.
김기윤 변호사도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커닝한 사람과 형이 같은 업무방해죄 공범이 될 수도, (그보다) 감경된 형이 되는 업무방해죄 방조범이 성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