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넣었다 6000만원 손실" 독일국채펀드, '소송 대란' 스타트
"1억 넣었다 6000만원 손실" 독일국채펀드, '소송 대란' 스타트
우리은행 고객 돈 2412억원 손실 확정
위험성 제대로 고지 안 한 '불완전판매'라면 은행이 보상해야
은행들 '김앤장' 등 대형 로펌과 대응책 준비 중

경제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 사기 판매 혐의로 우리은행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인철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국채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손실이 18일 확정됐다. 마이너스(-) 60.1%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40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한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총액은 4012억원으로, 이 중 2412억원이 손실됐다.
DLF에 투자했다 손해를 입은 사람들 중에는 "손실 확률이 없는 상품"이라는 은행원의 말을 믿고 상품을 산 경우가 많아 향후 책임 공방이 잇따를 전망이다. 금융시민단체들은 우리은행 등 DLF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제대로 된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피해자 모임에서는 은행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형사소송이든 민사소송이든 핵심은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는가'로 집중된다.
불완전판매란, 금융회사가 상품의 위험성과 특징 등을 고객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한 것을 말한다. 투자 과정에서 고객이 손실을 봤을 때 그 원인이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에 있다면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
DLF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만 안 떨어지면 3~5%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채권 금리가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우리은행 상품의 경우 만기 때 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4.2% 수익을 주지만, -0.2% 미만부터는 손실이 시작돼 -0.7%에 도달하면 원금 전부를 날린다.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수익률 상한선은 있지만 손실률은 원금의 100%까지 열어둔 '위로는 막혀 있고 아래로는 뚫린'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지난해 수조원어치의 DLF를 팔았다.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이 망할 리 있겠습니까"라는 말로 고객을 대거 유치했다. 당시엔 금리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상품에 만기 때 원금과 약정 수익을 지급할 수 있었다. 은행 창구 직원들이 "손실날 리가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요동치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올해 초 0.2% 후반대였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3월 말부터 마이너스에 진입하기 시작해 7월 중순부터는 급하락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등 채권 금리 추이. 2019년 9월 18일 오후 기준으로 -0.476%를 기록하고 있다. /Investing.com
금리가 떨어지며 손실이 확실해지자 고객들은 "상품을 구입할 때 들었던 설명과 다르다"고 은행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피해를 본 고객들은 "창구 직원이 예금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서 가입했지 원금 전부를 날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형적인 '불완전판매인'만큼 손실액 전부를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손실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에서 DLF가 '불완전판매'임을 입증해야 한다. 민사소송은 당사자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소송을 제기한 쪽(피해자)에 입증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지금으로선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입 과정에서 제공 받은 서류를 분실한 경우가 많고, 서류가 있다 하더라도 가입 당시 정황을 알려줄 녹취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김앤장' 등 대형 로펌에 사건 수임을 맡긴 상태라, 일반 고객들이 이들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에는 금융 당국의 지원이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금감원)은 DLF 설계·제조·판매 전반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 중이다. 자료요구권이 있는 금감원은 피해자들이 수집할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피해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는 점만 입증하면 손해배상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이 다년간 여러 번에 걸쳐 '금융상품을 제대로 설명할 의무'가 은행에게 있고 이를 어겼을 경우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해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판례에서 "금융기관이 일반 고객과 전문적인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금융 거래를 할 때는, 상대방이 그 거래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거래에 내재된 위험요소 및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자 등 주요 정보를 적합한 방법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지난 2011년에도 "은행 임직원이 고객에게 수익증권의 매수를 권유할 때에는 그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포함하여 당해 수익증권의 특성과 주요내용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하여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결과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했다.
두 판례 모두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쉽게 명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은행에게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