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현금 선불 안 돼”…한국, 트럼프에 ‘분할 납입 카드’ 최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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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현금 선불 안 돼”…한국, 트럼프에 ‘분할 납입 카드’ 최후 제시

2025. 10. 23 11:2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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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투자, 국회 동의 '헌법적 시험대'

트럼프 “전액 선불” vs 한국 “분할 납입”…500조 대미 투자 운명 갈린다

러트닉 만나고 나오는 한국 측 협상단 / 연합뉴스

현 한미 정상의 두 번째 회담 기회를 제공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11월1일·경주)를 앞두고 한미 무역협상을 매듭짓기 위한 양국 간 긴박했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종료됐다.


이제 남은 것은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뿐인 형국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한미 무역합의의 잔여 쟁점을 놓고 2시간가량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김 실장은 협상 후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잔여 쟁점에 대해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밝혀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러트닉 장관과 곧 다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만나기는 어렵다. 화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해 고위 당국자들 간의 대면 협상은 일단락되었음을 명확히 했다.


3,500억 달러 투자, 현금 비율부터 납입 기간까지 '벼랑 끝 협상'

이번 무역합의의 핵심 쟁점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구성과 납입 조건이다.


최종 쟁점으로 거론되는 사항은 펀드의 현금 비율, 투자처 선정과 관련한 한국의 목소리 반영 방안, 그리고 분할 납입의 기간 등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줄곧 '전액 선불'을 주장해 온 반면, 한국은 분할 납입 방안을 제시하며 맞서 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언론에서는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협상의 최대 관건은 바로 한국의 대미 투자금 납입 기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임기(2029년 1월) 안에 한국의 투자금을 받아내 정치적 성과로 홍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이후로까지 납입 기간을 늘리는 한국 측의 안을 수용할지 여부가 최종 합의 성사 여부를 가름할 전망이다.


500조원 조약, 국회 동의 '헌법적 시험대'

한미 무역협상의 최종 합의는 단순한 외교적 약속을 넘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의 성격을 띠게 된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만큼, 최종 합의 시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는 합의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상 간 정치적 결단은 헌법상 대통령의 외교권한(헌법 제66조 제1항, 제73조)에 근거하지만, 이러한 결단 역시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대통령 간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국회의 동의와 예산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만약 협상이 APEC 전에 최종 타결될 경우,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사실관계 설명자료·fact sheet)가 공개될 수 있으나, 팩트시트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이 되기 위해서는 정식 조약문 작성 및 서명, 국회 동의, 비준서 교환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미·중 갈등 격화, 한미 최종 합의에 '변수' 작용하나

한미 간 막바지 협상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치 국면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중은 희토류 수출 통제(중국)와 대중국 100% 관세 인상(미국) 카드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APEC 계기에 열릴 전망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의 최종 합의가 늦어지거나 삐걱대는 모양새는 피하고 싶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여 대중국 전선에서 동맹국과의 단결을 강조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만약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이미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의견 접근을 본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및 동맹 현대화 방안,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 안보 및 경제 관련 다른 합의 사항들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무역협상 타결이 미뤄질 경우 다른 합의 사항들의 발표도 함께 지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협상의 법적 쟁점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이번 합의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투명성 확보와 국회의 실질적인 심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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