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빵 한 조각…‘과태료 20만원’ 날아온다
광화문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빵 한 조각…‘과태료 20만원’ 날아온다
서울시 지정 38곳, 먹이 주다 적발 시 법적 책임

서울시는 1일부터 주요 공원과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셔터스톡
“아빠, 새 모이 줘요.” 아이 손에 이끌려 무심코 던진 과자 부스러기 하나가 법적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서울시가 비둘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선의로 건넨 먹이 하나가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로 돌아오는 시대가 열렸다.
평화의 상징에서 ‘닭둘기’로…추락한 비둘기의 위상
한때 비둘기는 우리에게 ‘평화의 상징’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하늘을 수놓았던 3천 마리의 비둘기는 세계에 대한민국의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사였다. 대통령배 고교야구 개막식 등 각종 국가 행사에서도 비둘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천적이 없는 도심에서 비둘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제는 ‘닭둘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강한 산성을 띤 분변은 문화재와 건물을 부식시키고, 털 날림은 도시 미관과 위생을 해치는 주범이 됐다. 지난해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는 비둘기 분변에서 식중독을 유발하는 살모넬라균과 캄필로박터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서울시 “먹이 주지 마세요”
결국 서울시는 칼을 빼 들었다. 이달부터 시행된 ‘서울특별시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에 관한 조례’가 그 근거다.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한 이 조례는 어엿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많은 시민이 ‘비둘기 금지법’으로 알고 있지만, 조례의 이름은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둘기뿐만 아니라 참새, 까치, 까마귀 등도 모두 유해야생동물에 포함된다. 즉, 광화문광장에서 참새에게 과자를 주는 행위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서울 전역에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서울숲, 광화문광장 등 시민이 자주 찾는 공원 33곳과 광장 4곳을 포함한 총 38곳을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구역 안에서 먹이를 주다 적발되면 1회 20만 원, 2회 50만 원, 3회 이상 위반 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형사처벌인 ‘벌금’과는 성격이 다른 행정상 제재인 ‘과태료’다. 질서 유지를 위한 처분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는 않는다.
전국으로 확산하는 ‘먹이 금지령’
비둘기와의 전쟁은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경기 성남, 파주, 강원 속초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서울시와 유사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며 ‘먹이 주기 금지’는 전국적인 현상이 될 전망이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와의 공존 방식은 이제 개인의 선의가 아닌,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