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이라더니 기러기 아빠" 재산도 위자료도 못 받는 중혼의 덫
"돌싱이라더니 기러기 아빠" 재산도 위자료도 못 받는 중혼의 덫
5년 동거 끝 상간자 소송 패소
"이혼하면 재산 주겠다" 공증도 무효 가능성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이혼했다고 속여 5년간 동거한 남성이 실은 기러기 아빠였다. 피해 여성은 배우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패소했고, 재산분할 청구권도 인정받지 못하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였다.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경우의 사실혼은 '중혼적 사실혼'으로, 일반 사실혼과 달리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연자 A씨는 이혼 후 혼자 지내다 동호회에서 만난 B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B씨는 자신을 이혼한 돌싱이라고 소개했고, 자녀들은 전 배우자가 키우고 있다고 했다. 1년간 교제 후 두 사람은 혼인신고 없이 동거를 시작했고, 5년 넘게 함께 생활했다.
그러던 중 B씨의 아내가 A씨를 찾아와 "내 남편과 헤어지지 않으면 소송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그제서야 B씨가 자녀의 해외유학을 위해 별거 중인 기러기 아빠였음을 알게 됐다. 결국 A씨는 상간자 소송에서 패소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중혼적 사실혼, 재산분할·위자료 청구 불가
조 변호사는 "배우자와 멀리 떨어져 산 기간이 오래됐더라도 외국에 있는 아내가 법률상 배우자"라며 "중혼적 사실혼은 일반적인 사실혼과 달리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이미 손해배상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B씨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추가 소송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 변호사는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아내가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혼하면 재산 주겠다"는 약속도 무효
B씨는 A씨를 붙잡으며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했고, 이혼할 때까지 기다려준다면 모든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약속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조 변호사는 "불륜을 지속하는 대가로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내용은 우리 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부첩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라며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도 불륜관계 유지를 조건으로 한 증여약속에 대해 일관되게 무효 판결을 내리고 있다.
기러기 아빠에게 민사소송은 가능
A씨가 B씨를 상대로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제한적이다. 과거에는 혼인빙자간음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했으나, 200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후 2012년에 폐지됐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다. 조 변호사는 "B씨가 이혼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기망한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다만 B씨가 기혼자임을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