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비중이 작아 불법 촬영 무죄? 변호사들은 법원이 '비중'만 따진 것은 아니라는데
여성의 비중이 작아 불법 촬영 무죄? 변호사들은 법원이 '비중'만 따진 것은 아니라는데
횡단보도 건너는 행인의 뒷모습 담긴 영상 찍어⋯'카촬죄' 혐의로 재판받은 발달장애인
법원 "피해자 전신 찍혔지만, 전체 이미지에서 차지하는 비중 적어" 무죄 선고
동의 없이 촬영하면 범죄 아닌가요? 법원이 '유죄'로 판단하는 기준을 알아봤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행인을 촬영한 A씨. 불법 촬영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사진. /셔터스톡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타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할 때 성립하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카촬죄).
이런 카촬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가 사진⋅영상에서 지배적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수적으로 신체가 찍혔다면 카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기준은 카촬죄를 다룬 판결문과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아 본 변호사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도 공통으로 언급됐다. 변호사들에게 "실제 법원이 어떤 요소를 고려해 촬영자를 처벌하는지"를 물어봤다.
발달장애인 3급인 A씨의 취미는 야외 사진 촬영. 지난해 8월, 일을 마친 A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 퇴근길에 지나치는 거리와 주변 모습을 렌즈에 담기 위해서였다.
마침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B씨의 모습이 촬영됐고, 이를 불법 촬영으로 의심한 B씨의 남자친구가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이 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카촬 혐의였다. 이는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타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등의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실제 A씨의 촬영물에는 B씨의 뒷모습 전신이 찍혔다.
결과는 무죄. 지난 3일,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 1부 임창현 판사는 "(영상에) 피해자의 전신 뒷모습이 나타나 있으나, 전체 이미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며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영상을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증거만으로 혐의를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는 "(A씨 사건의 경우) '전신 뒷모습'이 촬영되어 특정 신체 부위가 부각되지 않은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안을 검토한 법률사무소 문정의 배지안 변호사는 "피해자의 모습이 이미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라면서도 "일률적으로 비중이나 퍼센트만으로 따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법률 자문

박세훈 변호사도 "대개의 경우에 이미지 내 비중보다는 촬영된 신체 부위가 전신인지 특정 부위인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인지, 노출된 부위는 어느 정도 되는지가 관건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 사람들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판단한다.
①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의 정도
②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③ 촬영 각도와 거리
④ 촬영 장소가 개인의 사적인 내밀한 장소인지, 개방된 공공장소인지 여부
⑤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⑥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⑦ 부각된 신체 부위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해당하는지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여성의 뒷모습이라고 해도 '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과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은 유·무죄 판단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공개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에 가깝거나 △특별한 각도나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경우 △ 비교적 먼 거리에서 촬영했고, 특별히 엉덩이나 허벅지 부분을 부각해 촬영하지 않은 경우 등은 카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번 경우는 비중과 더불어 위 사항들에 따라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 변호사는 "법원은 엉덩이와 허벅지, 가슴 등이 특히 부각되거나 옷 안쪽이 찍힌 경우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로 인정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미지 내 비중이 약 20~30%에 불과한 경우에도, 노출이 있는 옷을 착용하고 걸어가는 여성의 하반신만이 촬영되는 등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부각되어 촬영되었거나 노출 부위가 상당하다면 혐의가 충분히 성립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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