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어서⋯"라는 말이 모든 계약을 '무효화' 하는 무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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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있어서⋯"라는 말이 모든 계약을 '무효화' 하는 무적은 아니다

2020. 05. 07 22:50 작성
최종윤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y.cho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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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있는 사람과 계약했으니 무효"라는 주장, 변호사들과 따져보니

실제로 치매가 있어도⋯'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 안됐다면 계약 무효 불가

"저희 어머니가 치매가 있으셔서, 팔면 안되는 집을 팔았어요. 이 계약은 무효입니다." 정말 계약 당사자가 '치매'라면 그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일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새로운 집에 이사갈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A씨. 결혼한 지 10년 만에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깨뜨린 전화 한 통. 집 매매 계약을 한 할머니의 자녀라고 밝힌 사람의 전화였다.


"저희 어머니가 치매가 있으셔서, 팔면 안 되는 집을 팔았어요. 이 계약은 무효입니다."


당황스러운 A씨. 이미 잔금까지 치르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잔금은 할머니의 요청으로 수표로 드렸고, 할머니는 영수증에 본인의 인감도장, 지장, 그리고 '잔금을 수표로 받았다'고 직접 써주기까지 했다.


전혀 치매처럼 보이지 않았던 할머니. 게다가 집값이 시세보다 싼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계약 시점보다 잔금을 치를 시점에 주변 시세는 더 떨어진 상태였다.


중개인에게 치른 복비에 취득세, 각종 대출까지⋯. 계약이 무효가 되면 너무 손해가 막심하다. 정말 할머니가 '치매'라면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일까.


피성년후견인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계약 무효'는 불가능

변호사들은 모두 '치매'가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계약을 무효화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와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할머니가) 피성년후견인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매매계약을 무효화시킬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할머니가 사전에 '성년후견제도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지정됐다면 몰라도 단순히 '치매'가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민법은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성년후견제도를 두고 있다. 각종 능력이 부족한 성인은 후견인을 지정해 이들의 보호를 받으라는 취지다.


피성년후견인에 해당한다면 '계약 무효' 가능⋯대신 손해배상 청구 가능

신청만 한다고 성년후견제도의 보호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성년후견인이 되면 피후견인이 한 계약 등에 포괄적 취소권 등을 갖는 등 법률효과에 중대한 제한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서 필요한 사람의 경우에 한정해 지정한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창현의 조계창 변호사는 "성년후견은 단순히 치매 등 정신적 제약상태가 존재한다고 해 무조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서만 후견 개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승전의 최영기 변호사는 "법률행위의 효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법률관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성년후견 결정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된다"고 전했다.


정말 성년후견인이 성립돼 있다면 해당 매매계약은 취소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A씨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조계창 변호사는 "매매대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할 경우, 물건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상환받지 못한 대금 상당액 등을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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