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기 고장' 알면서 29명 프리패스…항공보안 구멍, 법원은 왜 선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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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기 고장' 알면서 29명 프리패스…항공보안 구멍, 법원은 왜 선처했나

2025. 06. 17 10:3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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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색" 건의 묵살한 감독자, 법원은 '실제 사고 없었다'며 선처

금속탐지기 고장을 이유로 항공기 탑승객의 보안 검색을 소홀히 한 한국공항공사 직원이 항소심에서 선처받았다. /연합뉴스

29명의 승객이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 관문인 보안검색대를 '프리패스'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보안검색 감독자는 "알고 있었다"고 했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지만, 항소심은 형의 선고를 유예하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재검색하자" 건의 묵살하고 29명 그냥 태웠다

사건은 2022년 7월 26일 군산공항에서 발생했다. 제주행 비행기를 앞두고 금속탐지기가 오작동으로 꺼지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보안 검색 감독자였던 한국공항공사 직원 A씨(44)는 이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보안 검색을 위탁받은 자회사 직원들은 탐지기를 거치지 않은 승객들을 다시 검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항공 보안의 기본 원칙에 따른 당연한 요청이었다. 그러나 감독자 A씨는 이를 묵살했다.


결국 승객 29명은 제대로 된 몸수색이나 휴대물품 검색 없이 항공기에 탑승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보안 실패'였다. 이 사실은 이듬해 국토교통부 특별감사에서 드러나면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실제 검색 업무는 자회사 직원들이 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항소했다.


법원 "잘못 맞다"면서도 '선고유예'한 이유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다소 복잡했다. 우선 A씨의 잘못 자체는 명백하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감독자인 피고인은 보안장비 장애를 인식했다면 검색요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해야 했다"며 "되레 검색요원들의 건의를 묵살하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으므로 업무 소홀이 맞다"고 판단했다. 법적으로 A씨가 항공보안법 제15조(보안검색 의무)와 감독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결론은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였다. 선고유예란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유예기간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처벌을 면해주는 판결이다. 유죄는 맞지만,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재판부가 이런 '선처'를 한 근거는 3가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항공사로부터 '자회사 직원들에 대한 직접 지시를 지양하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받아 감독자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책임은 있지만, 원청인 공항공사의 애매한 지침 탓에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29명이 무사히 제주에 도착하는 등 실제 항공 보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고려됐다. A씨가 이 사건으로 회사로부터 이미 중징계 처분을 받은 점도 감형 사유로 참작됐다.


'감독 책임'과 '개인 선처' 사이, 법의 딜레마

결론적으로 A씨의 행위는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감독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명백한 법 위반이다. 항공보안법은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며, '혹시나' 하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재검색 건의를 묵살한 것은 단순 실수를 넘어 의무를 의식적으로 방기한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다만 법원은 A씨 개인이 처한 특수한 상황, 즉 '직접 지시를 말라'는 원청의 지침과 실제 현장 감독 책임 사이의 모순적 상황을 외면하지 않았다. 실제 사고가 없었다는 결과론적 판단도 더해졌다. 이는 개인의 책임을 엄격히 묻기보다, 시스템의 허점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을 일부 인정한 판결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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