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강타할 가을 태풍 ‘링링’...피해 배상 어떻게 되나
한반도 강타할 가을 태풍 ‘링링’...피해 배상 어떻게 되나
정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상 의무 다해야
태풍 대비 부족했다면 "피해액 배상해야"...민간 시설물 책임자도 마찬가지
강원도 산불 때 대통령 질책 받은 재난방송 주관사, 이번엔 잘 할까

지난해 10월 태풍 '콩레이'가 부산 오륙도 방파제에 거센 파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 서해상으로 북상 중인 13호 가을 태풍 ‘링링’의 세력이 얼마나 커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과 미국 기상청 모두 이 태풍이 오는 7일 수도권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보했다. 시민들은 지난 1일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를 강타해 80cm가량의 폭우와 강풍, 폭풍 해일을 일으킨 허리케인 ‘도리안’을 떠올리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역대급 태풍들은 링링과 같이 모두 가을에 찾아왔다.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 1000억 원의 재산피해를,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 2225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는 태풍 사라(1959년 9월)는 849명의 인명 피해를 남긴 것으로 기록돼 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링링의 강도는 ‘매우 강함’에 크기는 중형”이다. 기상청은 “7일 밤에 황해도와 경기 북부 서해안 인근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반도 전역이 태풍의 우측에 놓이게 되어 바람 피해가 우려되니 농작물과 시설물 피해 및 안전사고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링링의 예상 진로는 7일 새벽 제주도 서쪽 해상에서 7일 낮에 서해상으로 이동한 뒤 7일 밤 황해도와 경기 북부 서해안 강화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어 8일 새벽에 속도가 빨라지며 북한 원산만 부근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5일 오후 3시 현재태풍 링링의 모습. / 출처 : Windy.com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은 태풍 등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라고 명시한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 대응으로 국민이 받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강조되는 책임이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는 재난정보의 수집이나 상황관리, 초동조치 및 지휘 등 업무를 위해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 대형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상황관리나 초동조치가 미흡하다면 재난안전법에 어긋난다.
이 경우 국가는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우면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내려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쏟아진 토사에 휩쓸린 김모(당시 75세)씨가 숨졌다. 김씨 아들은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하거나 대피 방송을 하지 않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피고 소속 담당 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각 지자체는 5일 오후 긴급재난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태풍 예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북상 중인 태풍 링링에 대비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송정어촌계 소속 선박들이 도로 위로 대피해 있다.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태풍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것은 주택 등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다. 특히 수확철을 앞두고 피해를 우려하는 농민의 걱정이 깊다. 하지만 재난 피해를 입증하고 보상받는 과정은 대개 지난하다. 농어촌공사 등 책임 있는 기관이 보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우선적으로 보험을 통해 보상받는 것을 권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태풍, 홍수, 지진 등 8개 자연재해에 대해 실질적 보상을 해주는 풍수해보험을 마련해놨다.
농어가의 태풍 피해는 농작물재해보험법에 따라 마련된 농작물재해보험과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 50%를 지원하고 각 지자체가 15~40%를 부담한다. 따라서 농어가는 남은 차액만 부담하면 된다.
법 전문가들은 최근 태풍으로 인한 시설 피해나 농작물 피해에 대한 판례의 태도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덜어주는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 태풍 피해에 대비하지 않은 시설물 관리자나 개인 책임을 더 강조한다는 것이다. 즉, 재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소송 역시 수월치는 않다.
법원은 2016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부산의 한 아파트 창문이 떨어져 자동차를 파손한 사건에서 태풍에 대비하지 않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태풍 등 불가항력적 재해에 따른 피해는 책임 없다”고 한 아파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태풍 안내방송에도 차량을 옮기지 않은 책임이 차주에게 있다”며 차주가 책임을 나눠 지도록 했다.
이 같은 경향은 2003년 태풍 매미와 2016년 차바의 영향으로 정전이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도 드러난다. 법원은 “자연재해라는 불가항력에 따른 사고이므로 배상책임 없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태풍 대비 및 추석 성수품 수급상황 점검에 나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한 사과농장에서 사과 상태를 점검하고 태풍 대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태풍이 닥친 상황에서 시민과 정부는 미디어를 통해 태풍 진로와 도달 시간 등을 수시로 숙지한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특보 체제로 전환하고 책임 있게 상황을 전달할 책임을 진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이하 방송통신발전법) 제40조는 지상파방송사업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 등에게 재난방송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재난상황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터뷰를 강요하지 않을 것 등 기본 준수사항들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책임을 지는 방송사가 법에 규정된 보도 의무를 다하지 못해 질책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4월 강원도 일대를 대형 산불이 덮친 상황에서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는 바로 특보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채 원래대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오늘밤 김제동’을 내보내 대통령의 질책을 받았다.
재난방송 의무만 지는 여타의 방송사들과 달리 재난방송을 주관하도록 지정된 재난방송 ‘주관사’의 책임은 한층 더 무겁다. 방송통신발전법 제40조의2에 따라 재난방송 주관사의 지위를 갖는 KBS가, 이번에는 재난보도 주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지가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