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맞다" 의사는 인정했는데… 법정에서 100% 이길 수 있을까?
"의료사고 맞다" 의사는 인정했는데… 법정에서 100% 이길 수 있을까?
의사는 '내 과실' 인정, 병원은 '비용 감면' 제안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가 피주머니 관리 부실로 하반신 마비 증세를 얻었다. /셔터스톡
간단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하반신 마비 증세를 얻었다. 사건은 지난 9월, 허리디스크 통증으로 고생하던 A씨의 어머니가 제4-5요추 유합술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수술은 무사히 끝난 듯 보였지만, 수술 이틀째 되던 새벽에 위기가 찾아왔다. 수술 부위의 피를 빼내는 피주머니(배액관)가 빠져버린 것이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없었고, 당직 의사가 빠진 피주머니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대신 그대로 다시 끼웠다. 이때 제대로 결합되지 않은 피주머니는 음압이 걸리지 않아 피를 전혀 빨아들이지 못했다. 수술 집도의가 직접 과실을 인정했음에도,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이 치명적인 상황은 간호기록지에 “음압 안 걸림”이라고 버젓이 기록됐다. 하지만 병원은 다음 날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피는 등 안에서 그대로 굳어 신경을 짓눌렀고, A씨의 어머니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양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호소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굳은 피를 제거하기 위한 2차 수술이 이뤄졌지만, 이 과정에서 신경을 감싸는 경막(신경막)이 찢어지는 2차 사고까지 터졌다. 2차 수술 후 A씨 어머니는 다리에 힘이 풀려 보행기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찢어진 신경막에서 척수액이 흘러나와 또다시 신경을 누르자, 병원은 부랴부랴 3차 봉합 수술을 감행했다. 세 번의 수술 끝에 환자는 자립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남았다.
의사는 과실 인정했는데... 법정 가면 100% 이길까?
환자 가족에 따르면 1차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의료사고가 맞다”며 스스로 과실을 인정했다. 병원 측 역시 2차, 3차 수술 비용을 감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단순한 비용 감면을 넘어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병원의 책임이 명백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이푸름 변호사(이푸름 법률사무소)는 “피주머니 관리 소홀로 혈액이 응고돼 추가 수술과 신경 손상, 마비 증상이 초래되었다면 명백히 병원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진에게는 수술 후 환자 상태를 최선으로 관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음압 문제를 알고도 방치한 것은 이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의료사고에서 환자 측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는 추세다. 대법원은 “환자에게 다른 원인이 없었다는 점 등이 증명되면, 의료진이 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9다3709 판결).
이 사건처럼 피주머니 관리 소홀에서 하반신 마비까지 이어진 명확한 과정은 법정에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수술비 외에 무엇을 더 받아낼 수 있나
의사가 과실을 인정하고 병원이 비용 감면을 제안한 것은 소송에서 매우 유리한 정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환자가 겪은 고통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충분한 배상이 될 수는 없다.
오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명륜)는 “손해배상 범위는 추가 수술비는 물론, 향후 재활치료비, 보행장애로 인한 개호비(간병비), 사고가 없었다면 벌었을 일실수익,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평생 간병이 필요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관건은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조민경 변호사(법무법인 도아)는 “법원 지정 감정인을 통해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확히 평가받아야 한다”며 “이를 근거로 정당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소송에 앞서 가장 먼저 할 일로 모든 진료기록 확보를 꼽았다. 특히 음압 문제를 기록한 간호기록지는 과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다. 이후 병원과 직접 합의를 시도하거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조정이 결렬되면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오지영 변호사는 “민사소송과 별개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형사고소도 가능하며, 이는 과실 입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