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부터 무신사 ‘책상을 탁’까지…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
스타벅스 ‘탱크데이’부터 무신사 ‘책상을 탁’까지…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
혐오 광고에 쓸 법 없나
모욕죄·명예훼손·표시광고법 살펴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비하 표현을 담은 무신사의 옛 광고 문구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를 통해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2019년 광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카드뉴스는 슬리퍼형 양말 제품 사진과 함께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표를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앞서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역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투입을 떠올리게 하는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스타벅스 또한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5·18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동시에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의도적인 문구처럼 보인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할 법한 표현"이라며 공분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비판에 나서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극우 커뮤니티 식 표현'이 광고가 되는 시대…법적 책임은?
이처럼 역사적 비극을 상업적 목적에 전용한 '혐오 광고'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모욕죄, 명예훼손죄, 표시·광고법 위반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모욕죄 성립 가능성이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특정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혐오 표현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특정성'이 핵심 쟁점이자 난관이다. 박종철 열사 유족이나 민주항쟁 피해자들이 특정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법원은 5·18 희생자 유족에 대한 모욕적 표현에 유죄를 인정한 적이 있지만, 이번 광고처럼 간접적으로 역사적 사건을 연상시키는 경우에는 피해자 특정이 더욱 까다롭다.
집단에 대한 비난이 개별 구성원에게까지 미치지 않는 집단 표시에 의한 모욕은 원칙적으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명예훼손죄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광고는 역사적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사용했을 뿐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명예훼손보다는 모욕죄 영역에 가깝다는 평가다.
세 번째는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다. 이 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해당 광고들은 역사적 비극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썼을 뿐, 허위 과장 광고나 기만적 광고 같은 표시광고법상 부당광고의 전형적인 유형에 직접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의 혐오 표현 vs 기업의 혐오 광고, 무엇이 다를까
개인과 기업의 혐오 표현은 법적으로 짊어지는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개인이 혐오 표현을 할 경우 형사상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기업이 광고를 통해 혐오 표현을 한 경우에도 형사법 규정이 적용되지만, 법인은 모욕죄의 주체가 될 수 없어 광고를 기획하고 승인한 담당 임직원 개인이 형사책임을 진다.
기업은 개인과 달리 추가적인 민사 및 행정 책임도 진다. 민사적으로는 혐오 표현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외에도,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으로 연대 책임을 질 수 있다.
또한 부당한 표시·광고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해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행정적으로는 표시광고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 표현이나 역사적 비극을 도용하는 광고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명확히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스타벅스와 무신사가 빠르게 사과한 것도 법적 제재보다는 불매운동 등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결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