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 잃을라" 벼랑 끝 병원장 등친 10년 지인, 7억 뜯어냈다
"의사 면허 잃을라" 벼랑 끝 병원장 등친 10년 지인, 7억 뜯어냈다
재판부 "급박한 사정 이용한 죄질 불량" 징역 3년
공범은 재판 중 사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잘나가던 병원장 B씨에게 인생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건강보험급여 부정 청구로 보건복지부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공포가 B씨의 숨통을 조여왔다. 바로 그 틈을,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전직 연예인 경호원 A씨가 파고들었다.
"선배 중에 감사원 감사관이 있습니다. 명단 공표 막을 수 있습니다."
A씨는 군대 선배 C씨를 '해결사'로 소개하며 원장 B씨의 절박함에 기름을 부었다. 이 달콤한 속삭임은 6억 7천만 원을 뜯어내는 잔혹한 사기극의 서막이었다.
2024년 12월 19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홍은표)는 A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위기의 의사에게 접근한 '해결사'들
모든 것의 시작은 2014년, B씨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업무정지 처분을 받으면서부터다. '부정청구 요양기관' 명단에 이름이 올라 공표될 위기에 처하자, A씨는 "감사원에 있는 선배를 통해 막아주겠다"며 '교제비'를 요구했다.
B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14년에만 총 4차례에 걸쳐 1억 3,000만 원을 건넸다. 물론 명단 공표는 막지 못했다.
사기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년 뒤인 2017년, 결국 의사 면허까지 취소돼 병원 문을 닫은 B씨에게 A씨와 공범은 다시 접근했다. 이번엔 '국세청 세무조사'라는 유령을 내세웠다.
"세무조사까지 받으면 영영 면허를 되찾지 못한다"는 협박에 B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까지 빌려가며 총 7차례에 걸쳐 5억 4,100만 원을 추가로 넘겨줬다. 애초에 세무조사 예정 따위는 없었다.
재판부의 질타 "지인의 급박한 사정 이용, 죄질 매우 불량"
A씨는 법정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받은 돈은 퇴직금 명목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변명을 일축하며 그의 죄책을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 수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지인인 피해자가 의사면허가 취소될 긴급한 상황에 처하자, 이러한 급박한 사정을 이용해 거액의 돈을 편취한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죄질도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B씨의 인간적인 고통을 외면한 채 범행을 이어간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병원을 폐업하여 더 이상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피고인은 계속해서 돈을 요구했다"며,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상당한 액수의 돈을 추가로 주었고, 마지막에는 4억 5,000만 원 상당의 공정증서까지 작성해 주었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절박함을 먹잇감 삼아 수년에 걸쳐 이어진 사기극. 주범으로 지목된 공범은 재판 중 사망해 법의 심판을 피했지만,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과 2억 7천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하며 '신뢰를 배신한 죄'를 분명히 물었다.
[참고]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2024고합126 판결문 (2024. 12. 19.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