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계정 공유, 싸다고 덥석?…상습 사기꾼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싸다고 덥석?…상습 사기꾼일 수 있습니다
최근 판례 살펴보니
3만원대 푼돈 노린 범죄, 뒤에는 '전과 수두룩' 상습범

OTT 계정 공유를 미끼로 반복 사기를 저지른 이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실형을 선고했다. /셔터스톡
월 2만 원에 달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요금을 아끼려 '계정 공유'를 알아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1년에 3만 원' 같은 파격적인 제안은 그래서 더 솔깃하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 뒤에는 갓 출소한 상습 사기범이 숨어있을 수 있다. 최근 법원은 넷플릭스 등 OTT 계정 공유를 미끼로 소액 사기를 반복한 피고인들에게 연이어 실형을 선고하며 경종을 울렸다.
대전지방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3월 상습사기죄로 3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시작했다. A씨는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넷플릭스 계정을 2만 5000원에 제공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돈을 받으면 연락을 끊는 수법으로 여러 피해자를 속였다.
이러한 'OTT 계정 공유 사기'는 전국 법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인된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역시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넷플릭스와 티빙 계정을 1년간 공유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챘다. B씨 역시 사기죄로 1년형을 살고 나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OTT 계정 사기'는 '종합 범죄 세트'의 일부
판결문들을 종합하면, 이들의 범죄는 단순히 OTT 계정 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는 상습적인 온라인 사기 범죄의 일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C씨의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C씨는 넷플릭스·웨이브 계정 공유 사기는 물론, "게임 아이템을 대신 구매해주면 돈을 보내주겠다"고 속여 220만 원 상당을 챙기고, 있지도 않은 콘서트 티켓이나 헤드셋을 판다며 돈을 가로채는 등 수법도 다양했다.
심지어 잠기지 않은 차량을 노려 현금을 훔치거나, 자신의 통장과 유심칩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겨 더 큰 범죄를 돕기까지 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D씨 역시 넷플릭스 계정 사기와 함께, 직장 동료의 휴대폰을 훔쳐 은행 앱에 접속, 1173만 원을 빼돌린 혐의가 함께 드러났다.
법원 "사회적 신뢰 훼손"···'누범' 가중 처벌
법원은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일부 피해를 변제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바로 '재범 가능성'과 '사회적 신뢰 훼손'이다.
특히 A씨와 B씨처럼 형 집행이 끝난 지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누범' 기간의 범행은 가중 처벌 요소가 된다. 대전지법은 "피고인은 동종 누범 기간 중에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재범가능성 또한 높다"고 질타했다.
또한 "개인 간의 물품 거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저해하는 범행으로서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강조했다.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도 상습성이 짙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라는 점도 실형 선고의 배경이 됐다. 의정부지법은 "피고인은 10회가 넘게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재판을 받던 와중에도 자중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푼돈'을 아끼려다 시작된 온라인 거래가 상습 사기범의 범죄와 맞닿는 통로가 되고 있다. 법원의 잇따른 실형 선고는 소액이라도 반복되는 온라인 사기 범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읽힌다.
[참고]
대전지방법원 2024고단3093 판결문 (2024. 12. 5. 선고)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3고단1574 판결문 (2024. 11. 27. 선고)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3고단1425 판결문 (2024. 9. 25. 선고)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3고단2070 판결문 (2024. 6. 1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