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누명 벗었는데 징계는 정당?…법원 "수사 중이란 사실만으로 직위해제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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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누명 벗었는데 징계는 정당?…법원 "수사 중이란 사실만으로 직위해제 정당"

2025. 10. 13 16:3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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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 '최종 무죄'와 행정처분은 별개라고 선 그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받은 유치원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셔터스톡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던 유치원 교사 A씨. 2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형사 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며 교사로서의 명예를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A씨는 웃을 수 없었다. 형사 재판과는 별개로 진행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A씨에게 내려졌던 '직위해제' 징계가 정당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형사상 무죄가 징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사법부의 명확한 선언이 나왔다.


학대인가 훈육인가…2년의 법정 다툼

사건의 시작은 2021년 9월, 대구의 한 유치원에서였다. 만 5세반 담임이었던 A씨가 원생들을 학대했다는 학부모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아이들의 복부를 수차례 때리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장시간 분리시키는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였다. 경찰은 수사를 개시했고, 관할 구청 역시 A씨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이러한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교육청은 2022년 9월, A씨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아동학대라는 중대한 비위 혐의로 수사 중인 교사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교단에서 잠정적으로 배제된 A씨는 곧바로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형사 재판의 결과는 반전이었다. 1심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A씨의 행위가 "다소 거칠고 부적절한 측면은 있으나 신체적·정서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고, 학대의 고의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돼 최종 확정됐다. 무죄 판결 직후 A씨는 즉시 교단에 복직했다.


형사 판결과 행정 처분, 왜 다른 결론이 나왔나

억울한 누명을 벗은 A씨는 자신에게 내려졌던 '직위해제' 처분 역시 부당하다며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형사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니, 징계의 근거 자체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행정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직위해제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이처럼 형사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이유는 '판단의 기준 시점'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직위해제 처분의 적법성은 처분이 내려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즉, 징계의 정당성은 나중에 나온 형사재판 결과가 아니라, 징계를 내릴 당시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법원은 교육청이 A씨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던 2022년 9월 당시에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관할 구청이 아동학대로 판단했으며 ▲CCTV 영상과 피해 아동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만으로도 피고(교육청)가 A씨의 비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은 정당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비록 나중에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더라도, 이러한 사후적인 사정은 처분 당시의 적법성 판단에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징계는 처벌 아닌 업무상 장애 예방 조치

이번 판결은 형사처벌과 공무원 징계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형사재판은 '범죄 사실이 있었는가'를 따져 처벌하는 절차인 반면, 직위해제와 같은 징계는 '공무 집행의 공정성과 신뢰를 저해할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한 잠정적·예방적 조치라는 것이다.


법원은 "교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교원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학생들과 분리해 업무에서 배제할 필요성이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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