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삼성 상속세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안 줄어드니 그냥 놔뒀을 것"
변호사가 본 삼성 상속세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안 줄어드니 그냥 놔뒀을 것"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주식 재산 18조원 넘기면서 상속세만 10조원
국세청 출신 변호사 등 전문가에 "왜 절세 시도 안 했을까?" 물어봤더니
"해봤자 무의미⋯재산이 수억, 수십억원일 때나 효과 있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삼성가가 상속세 약 10조원을 부담하게 됐다. 그런데도 절세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호사들은 "해봤자 무의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셔터스톡⋅삼성 공식 홈페이지⋅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약 18조원 가치의 주식을 남기고 지난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 내야 하는 '상속세'가 10조 6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분석된다.
그야말로 비교 자체가 어려운 역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최대치였던 9200억원(구광모 LG그룹 회장)의 11배를 넘어서고, 지난 3년간 우리 정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거둔 상속세 총합과 맞먹는 수치다.
워낙 금액이 천문학적인 만큼 삼성에서 갖가지 기발한 '절세법'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째서일까. 국세청 출신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은 "해봤자 무의미한 시도였을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남긴 재산의 규모가 워낙 천문학적인 데다 오랫동안 의식 없이 누워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기껏해야 '1만분의 1' 수준 정도를 아낄 수 있었을 상황이었다고 변호사들은 봤다.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계산된 건, 이건희 회장이 남긴 재산 자체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약 18조원. 이 재산이 상속될 때 세율은 50%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주주 할증이 20%가 더 붙는다.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모든 삼성 주식의 최대 주주(특수 관계인)라 전액 할증 대상이다. 그리고 자진신고를 할 때 받을 수 있는 공제율 3%를 감안하면, 다 해서 10조 6000억원이 나온다.

변호사들은 "이건희 회장이 이미 사망한 지금은, 유가족들이 상속세 절세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고 분석했다. 상속세 부과의 근거가 되는 재산이 이미 사망일 기준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현재) 유가족이 절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밝혔고, 국세청 공무원 출신인 법률사무소 다날의 안승희 변호사도 "이미 상속이 이뤄진 시점이므로 유가족이 적극적으로 상속세를 낮출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외적으로 주식 시세 변동은 앞으로 2개월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속 재산 대상이 되는 16조원 규모의 주식은 '시세' 대로 값이 책정돼 세금을 내는데, 그 '시세'를 계산하는 시간 범위가 다소 길기 때문이다. 시세 평가 방법은 사망일 이전과 이후, 각 2개월 동안 매일 공표된 최종 시세 가격의 평균액이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준범 변호사는 "유가족이 절세를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다만 시장가격이 낮아진다면 절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유한) 태승의 이우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상속⋅상속증여세 전문)의 의견도 비슷했다. "(고 이건희 회장 재산의) 대부분은 상장회사 주식"이라며 "유가족이 가액 평가를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히려 주식 가격은 오르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소폭(0.33%) 상승했다
상속세의 근거가 되는 재산을 줄여야 상속세를 덜 낼 수 있는데, 사망이 확정되면 그런 방법을 택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미리미리 증여해둬야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상속세와 증여세는 적용되는 세율이 같다. 30억원 이상이라면 상속하든, 증여하든 세율은 똑같이 50%다.
하지만 가족 간 증여는 일정한 범위에서 면세 혜택이 있고, 사망하기 10년 전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모수(재산)에서 빠진다. 즉 면세 범위 내에서 미리미리 증여해놓으면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낼 수 있다.
이 전략을 이건희 회장도 쓸 수 있었을까? 변호사들은 "무의미한 시도"라고 말한다. 시도해봤자 줄일 수 있는 세금액이 전체 재산에 대비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부모-자식간 증여 한도는 10년간 최대 5000만원(부부는 최대 6억원)이다.
박수진 변호사는 "해당 방법이 의미가 있는 것도 재산이 수억원, 수십억원일 때"라며 "재산이 10조, 20조 단위인 이 회장에게는 액수가 미미해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승희 변호사도 "워낙 재산 자체가 많기 때문에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우리 변호사 역시 "어느 경우라고 하더라도, 전체 재산 규모에 대비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증여 한도 등) 재산을 사전 증여하는 것에 이미 한계가 있고, 삼성전자와 같은 지분을 당장 증여하는 것 역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