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위반 스티커 붙이면 대법원 판례대로 구상권 청구" 큰소리친 차주, 완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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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위반 스티커 붙이면 대법원 판례대로 구상권 청구" 큰소리친 차주, 완전 틀렸다

2026. 03. 04 18:03 작성2026. 03. 04 18: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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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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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하고 경고장까지 남긴 차주

오히려 본인 과실이 더 크다

"대법원 판례대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불법주차 차주의 메모(왼쪽)와 이에 굴하지 않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주차위반 경고장(오른쪽) 모습. /'보배드림' 커뮤니티

조금 걷기 귀찮다는 이유로 텅 빈 주차 공간을 두고 아파트 지하주차장 통로나 코너에 얌체 주차를 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불법주차 차량 주인이 남긴 적반하장격 메모와, 이에 굴하지 않은 경비원의 '사이다' 대응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차주는 차량에 "주차 공간이 없어 외벽에 주차해 스트레스 받는다"며 "주차 스티커 강력 부착 시 대법원 판례대로 구상권을 청구하겠으니 부착을 금지한다"는 경고장을 남겼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이에 지지 않고 "불법 주차면 경고장을 발부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검색해보니 아파트 내 무단 주차에 스티커를 붙이는 건 정당한 관리 행위라 차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매우 어렵다더라"라는 댓글을 남겼다. 과연 누구의 말이 법적으로 옳은지, 법 조문을 뜯어봤다.


"대법원 판례대로 구상권 청구"… 존재하지 않는 판례, 틀린 법률 용어


차주가 내세운 "대법원 판례"는 존재하지 않으며, 차주가 쓴 "구상권"이라는 단어 역시 법적으로 완전히 잘못 쓰였다.


먼저 용어부터 틀렸다. '구상권'이란 남의 빚을 대신 갚아준 사람이 훗날 그 사람에게 "내가 대신 낸 돈을 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를 뜻한다.


스티커 부착으로 인해 내 차 유리가 망가졌으니 돈을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구상권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스티커 부착 시 손해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있을까. 그런 대법원 판례는 없다.


유사한 하급심 판례(인천지방법원 2018나58137 판결)가 하나 있긴 하다. 이 재판에서는 스티커를 붙인 사람에게 유리 수리비와 위자료 등 약 73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소장이 아니라 아무런 권한이 없는 제3자가 강력 접착제로 스티커를 붙였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인정된 특수한 사례다. 이를 아파트 관리 주체에 들이미는 것은 판례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누리꾼 댓글은 '정답'… 경비원의 스티커 부착은 정당한 권리


반면 "아파트 내 스티커 부착은 정당한 관리 행위라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다"는 누리꾼의 댓글은 법적으로 타당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공동주택관리법 및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한 주차관리규정에 따라 무단 주차 차량을 단속하고 경고 스티커를 부착할 권한이 있다. 우리 법원 역시 아파트 주차관리규정에 근거한 경고문 부착 행위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상대방의 행동에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스티커를 붙이는 업무는 법적으로 위법성이 사라진다. 쉽게 말해, 관리소가 할 일을 한 것이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지하주차장 통로나 코너에 차량을 대는 행위는 다른 입주민의 통행을 방해하는 명백한 민폐이자 위법 행위다.


물론 관리소가 악의적으로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는 공업용 강력 본드 등을 사용했다면 흠집에 대한 일부 책임이 인정될 여지는 아주 작게나마 존재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불법주차를 한 차주의 과실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과실상계를 거치면 차주가 쥐게 될 배상액은 먼지 수준에 불과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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