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때, 가해자들은 범행 은폐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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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성폭행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때, 가해자들은 범행 은폐에 몰두했다

2021. 08. 31 16:07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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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 불러내 만취 상태로 만든 뒤 성폭행한 남성

"자연스런 성관계였다" 혐의 부인하며 범행 은폐 시도

재판 결과는 집행유예,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도 면제됐다

A양은 자해를 했고,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 A양을 이렇게 만든 '가해자'들은 전 남자친구 B씨와 그의 친구 C씨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그날 이후 A양의 일상은 변했다. A양은 자해를 했고,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 심리검사 결과는 매우 불안했다.


A양을 이렇게 만든 '가해자'들은 전(前) 남자친구 B씨와 그의 친구 C씨. 그들은 A양을 불러내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하는 등 범행을 부인하며 전형적인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범행을 부인했을 뿐 아니라, 은폐하려고도 했다. 수사 중 C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SNS로 증거 만들어 놓을게."


전 여자친구 억지로 술 먹여 정신 잃게 한 뒤 잇따라 성폭행⋯범행 은폐 시도까지

사건은 지난 2019년 봄에 발생했다. A양은 전 남자친구의 끈질긴 연락에 만남을 수락했다. 그 자리에는 A양과 B씨를 소개시켜 준 C씨도 함께였다.


하지만 두 성인 남성의 계획은 '만남'에만 있지 않았다. 이들은 A양을 술에 취하게 한 뒤 성폭행하기로 계획한 상태였다. 실제 이날 A양은 구토를 할 정도로 만취했다. 너무 많은 양의 술을, 너무 급히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술게임을 했는데 규칙이 공평하지 않았다. A양에게 불리하도록 수시로 규칙을 바꾸었고, 술을 남기려고 할 때면 옆에서 이를 막았다. 이후 B씨와 C씨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잠든 A양을 번갈아 가며 성폭행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A양의 일상은 변했다. 자해를 하는 등 불안한 상태였고, 심리검사 결과 극단적 선택에 대한 충동이 높은 거로 확인됐다. 사실 B씨와 C씨가 A양과 A양의 부모에게 사과를 하긴 했다. 하지만 이들은 진심으로 뉘우쳤다고 보기 어려운 행동도 함께했다.


가해자들은 사건을 은폐하려 애를 썼다. 두 사람 모두 경찰 조사를 받기 전 SNS 등을 통해 사건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단어를 검색했다.


"휴대전화 통화내역 삭제 방법", "휴대전화 복구", "무죄", "성폭행", "거짓말탐지기 조사"


수사기관은 이러한 증거가 계획적인 범행을 지우려는 시도라고 판단했다. C씨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범행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며 "증거를 만들어 놓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그러한 판단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 결과는 집행유예,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도 면제됐다

재판정에 나란히 선 B씨와 C씨. 혐의는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이었다. 두 명 이상이 합동해 타인을 성폭행했을 때 적용되는 죄로, 지금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 중에 중범죄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집행유예였다. B씨와 C씨 둘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며 감옥행을 피했다. 특수강간 양형기준에 따른 최소 형량인 징역 5년보다 낮았다. 어떻게 이런 형량이 가능했을까. 원인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①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의 형량이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되기 전 구법이 적용됐다. 구법에서 정한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형이었다.


② 상당한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법 경주지원 제1형사부 (재판장 문성호 부장판사)는 위 두 가지를 고려해 선고한 것이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도 면제였다. 문 부장판사는 "해당 명령으로 인해 피고인들이 입을 불이익과 예상되는 부작용에 비해,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등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고 봤다. 피고인들의 연령, 직업, 가정환경, 사회적 유대관계 등도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대해 "죄질이 몹시 나쁘다"고 하며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지만 문 부장판사의 선택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이 사건 판결문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법정에 이르러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

"피고인들이 소년보호처분 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다."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의 하한을 벗어나 형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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