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증거 없앤 현직 경찰관 아빠⋯증거인멸 형사처벌 못 한다고?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증거 없앤 현직 경찰관 아빠⋯증거인멸 형사처벌 못 한다고?
훼손된 리얼돌·휴대전화 불태웠지만
형법상 '친족 특례'로 형사처벌 면해

잔혹 범죄 피의자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훼손된 리얼돌과 휴대전화가 사라졌다. 폐기한 사람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였다. /연합뉴스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23세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핵심 증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증거를 없앤 사람은 다름 아닌 경찰 중간 간부급인 그의 아버지였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위해 법 집행자가 스스로 법망의 사각지대로 숨어든 셈이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자정 무렵 광주 광산구의 한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여고생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여의치 않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 발생 사흘 뒤인 5월 8일, 장윤기의 아버지는 아들의 원룸을 치우며 가슴과 목 부위가 훼손된 성인용품 리얼돌을 여러 조각으로 해체해 폐기했다.
또한 아들이 학창 시절 쓰던 구형 휴대전화 여러 대를 전남의 한 농촌 마을에서 불태웠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이후 "DNA와 영상 등 대체 증거를 확보했다"며 경찰이 원룸에 대해 보존 조치를 하지 않은 틈을 노린 것이다.
사라진 '리얼돌'과 휴대전화, 장윤기 처벌에 미칠 영향은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강간살인죄'를 적용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강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검찰은 비정상적으로 훼손된 리얼돌을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주요 근거로 삼았다.
문제는 앞으로 재판에서 벌어질 치열한 공방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증명돼야 한다.
경찰이 감식 보고서와 훼손 상태를 촬영한 동영상을 확보하긴 했지만, 피고인 측이 "실물이 없으니 훼손 정도나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증거의 신빙성을 물고 늘어질 여지가 생겼다.
불태워진 휴대전화 역시 장윤기의 범행 계획성과 동기를 입증할 핵심 자료였다.
법조계에서는 증거 폐기만으로 강간살인죄 적용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실물 증거 부재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넓혀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간살인죄 적용의 증명력을 다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거인멸 경찰 아빠, 징계는 받아도 형사처벌은 '미지수'
그렇다면 명백히 증거를 없앤 아버지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우리 법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증거인멸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족 특례' 조항이다. 친족 간의 인적 유대를 고려해 처벌을 면제해주는 취지다. 검찰 역시 이 조항을 근거로 장윤기의 부모를 입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점은 별개 문제다. 법의 수호자가 살인 피의자인 아들의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체면과 위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품위 손상에 해당한다.
형사처벌 칼날은 피했어도,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현재 휴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