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에 시청 오면 밥 살게요" 1억 가로챈 공무원 사칭범의 치밀한 덫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24일에 시청 오면 밥 살게요" 1억 가로챈 공무원 사칭범의 치밀한 덫

2026. 01. 28 14:0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수백만 원대 소액 거래로 쌓은 신뢰

1억 원대 제세동기 구매로 '돌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남 여수시에서 공무원을 사칭해 1억 원대 물품 대리 구매 대금을 가로채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신분 사칭을 넘어 위조된 공문서와 사전 신뢰 쌓기 과정을 거친 치밀한 계획 범죄로 드러나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서점을 운영하는 피해자 A씨에게 여수시청 회계과 직원을 사칭한 B씨가 접근하면서 시작되었다. B씨는 공용 물품을 대신 구매해 주면 해당 금액과 함께 별도의 수수료를 얹어주겠다며 A씨를 유혹했다.


B씨의 범행은 매우 정교했다. 그는 여수시청 로고가 박힌 위조 명함과 위조된 공문서를 제시하며 A씨의 의심을 샀다. 특히 초기에는 수백만 원대의 소액 거래를 실제로 진행하며 약속한 금액을 제때 입금해 주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신뢰를 쌓았다.


이후 B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판단한 시점에 1억 원 상당의 심장 제세동기 대리 구매를 요청한 것이다. B씨의 말을 전적으로 믿은 A씨는 B씨가 지정한 개인 계좌로 1억 원을 송금했다.


B씨는 돈을 입금받은 뒤에도 "24일 회계과로 오면 점심을 대접하겠다"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대담함을 보였다. 그러나 약속 당일 A씨가 설레는 마음으로 여수시청을 찾았을 때 B씨는 이미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였다. 시청 내부에 해당 이름을 가진 직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A씨는 사기임을 깨달았다.


여수시 조사 결과, 최근 가구점 운영자 등에게도 유사한 문의 전화가 걸려 온 점으로 보아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도 여수에서는 문화예술과 직원을 사칭하며 불꽃축제용 음료 대리 구매를 요청한 사기범에게 김밥집 주인이 600만 원을 편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치밀한 '신뢰 빌드업'과 문서 위조, 법이 규정한 처벌 수위는?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 B씨에게 사기죄를 비롯해 여러 중범죄 혐의가 경합하여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가장 핵심이 되는 혐의는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른 사기죄다.


B씨는 여수시 공무원이라는 거짓 신분을 내세워 피해자를 기망했으며, 이에 속은 피해자가 1억 원이라는 거액을 처분하게 했으므로 기망행위와 재산상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성립한다. 판례는 "재산상 거래에서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행위가 기망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사한 대리 구매 빙자 사기 사안에서 법원은 일관되게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9. 10. 7. 선고 2019고단2333 판결과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 2019. 11. 28. 선고 2019고단253 판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명함과 공문서를 위조한 행위는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이는 요소다. B씨가 가짜 공문서를 사용해 피해자를 속였으므로 형법 제225조 공문서위조죄와 제229조 위조공문서행사죄가 추가로 성립한다. 서울고등법원 1974. 5. 9. 선고 74노22 판결에 따르면, 위조된 문서가 진정한 문서와 반드시 똑같지 않더라도 공무원이 작성한 문서라는 외관만 갖추면 죄가 성립한다.


"공무원 사칭했는데 사칭죄는 안 된다?" 법리가 짚은 의외의 반전

흥미로운 점은 형법 제118조의 공무원자격사칭죄 적용 여부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법조계에서는 본 사건에서 이 죄목의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판례(대법원 1973. 12. 24. 선고 73도1945 판결 등)는 단순히 공무원을 사칭하는 것을 넘어 그 공무원의 '직권'을 실제로 행사해야 본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처럼 개인 계좌로 대금을 받는 행위는 공무원의 정상적인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으므로, 법리적으로는 공무원자격사칭죄보다는 사기죄와 문서 위조 관련 혐의로 가중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사기죄와 위조공문서행사죄는 실체적 경합 관계(대구고등법원 1969. 11. 27. 선고 69노438 판결)에 있어 각각의 죄에 대해 합산된 형량이 부과될 수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공무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 계좌로 물품 대금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지자체 물품 구매는 반드시 공식 계약 절차를 거쳐야 함을 강조했다.


만약 피해를 보았다면 형사 고소와 함께 형사재판 과정에서 별도의 민사 소송 없이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배상명령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