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망 사건, 800만원에 퉁치자? 어머니의 절규, 징병제 폐지 청원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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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망 사건, 800만원에 퉁치자? 어머니의 절규, 징병제 폐지 청원 부르다

2025. 09. 02 10:31 작성2025. 09. 02 10:32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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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

법원 판결의 모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16년, 20대 청년 홍정기 일병이 급성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복무 중 여러 차례 몸에 반점이 생기고 두통을 호소했지만, 군 당국은 그저 피부병약과 두통약만을 처방했다.


민간 병원 검진에서 혈액암 의심 소견이 나왔음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병명을 알지도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다. 이는 국가의 명백한 보호 의무 위반이었다.


800만원 판결, '이중배상금지'의 굴레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10년 가까이 싸워온 어머니 박미숙 씨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어렵게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부모에게 각 8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렸다. 이는 2024년 12월 개정된 국가배상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정이었다.


이 판결의 배경에는 '이중배상금지 원칙'이 깔려 있다.


이 원칙은 군인, 군무원, 경찰 등이 직무상 사망 또는 부상을 입었을 때, 법령에 따른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제도이다.


1964년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이 원칙은 군인을 일반 국민과 차별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1971년 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정권은 이듬해 유신헌법에 이 조항을 명시하며 법적 효력을 강화했다.


이후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존치돼 오랜 기간 '악법'이라는 오명을 썼다.


법은 바뀌었지만, 관행은 그대로

홍정기 일병의 사건은 마침내 2024년 12월, 국가배상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개정된 법은 군인 당사자의 배상청구권은 그대로 두되, 사망 군인의 유가족 위자료 청구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국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홍 일병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개정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미 유족이 사망보상금 및 보훈보상금을 수령한 점"을 배상금 산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는 보상과 배상이 서로 다른 개념임에도, 보상금을 받았으니 배상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낡은 관행을 따른 것이다.


보상은 국가가 국민의 희생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고, 배상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다. 보상금을 받았다고 해서 국가의 명백한 과실에 대한 배상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징병제 국가의 '책임'을 묻다

재판부의 판결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 어머니 박미숙 씨는 "군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에 징집할 자격이 없다"며 재판부 탄핵과 징병제 폐지 촉구 청원을 제기했다.


그녀의 외침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대한민국의 모든 예비역, 현역 장병,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군인의 사망에 대한 배상 문제를 넘어, 국가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의 불합리한 법적 관행과 책임 회피가 계속된다면,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은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다.


홍정기 일병의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가 군인의 희생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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