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무릎 꿇린 김현종 靑차장, '직장 내 괴롭힘' 처벌 불가능한 이유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외교관 무릎 꿇린 김현종 靑차장, '직장 내 괴롭힘' 처벌 불가능한 이유

2019. 10. 04 14:49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김현종 청와대 2차장, 의전 실수한 외교관 무릎 꿇리고 질책

'갑질' 행동에도… 김현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처벌 불가할 듯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자신이 배석하지 못한 사실을 두고 의전 담당 외교관을 무릎 꿇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압적인 업무 방식으로 논란을 빚어온 김현종(60)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당시 의전에 실수한 외교관을 스스로 무릎을 꿇게 만든 일이 알려지면서다. 현직 외교관이 업무 실수를 이유로 무릎을 꿇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외교부 안팎에선 “김 차장 질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갑질설(說)’은 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국회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해당 외교관으로부터 직접 사실을 확인 받으면서 드러났다. 해당 외교관인 A 서기관은 김 차장의 숙소를 찾아가 질책을 받던 중 “무릎을 꿇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부당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당시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자신이 배석하지 못한 사실을 두고 A 서기관을 질책한 것으로 보인다. A 서기관의 의전 실수로 비표를 받지 못해 불참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김 차장은 지난달 18일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말싸움’을 했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제 덕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사과했다.

고압적 태도 논란 잦은 김 차장, '직장 내 괴롭힘' 해당 된다

김 차장은 취임 직후부터 외교부 초급 간부(5급)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문책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외교관 자녀 출신인 김 차장이 해외 경험이 비교적 적은 실무자들의 영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꾸짖거나 모욕을 줬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있었던 강경화 장관 간의 영어 말싸움도 이런 배경에서 벌어졌다. 김 차장이 외교부 실무자를 공개적으로 꾸짖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김 차장은 강 장관에게 “잇츠 마이 스타일(It’s my style)”이라고 맞받아쳤다.


외교부 수장과 청와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간의 마찰은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 차장은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세에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의욕이 앞서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런 반성이 무색하게 김 차장은 한 번 더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행동은 충분히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방지법)의 세 가지 요건 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② 자신의 숙소로 불러 질책하는 등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기 때문이다. 또한 ③ 스스로 무릎을 꿇게 한 점 역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정진석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의 ‘외교관 무릎 꿇리기’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최재윤 변호사 “김 차장, 징계 불가능하다”⋯ 왜?

그럼에도 김 차장이 방지법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방지법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를 위한 법으로 국가⋅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근거에서다.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는 "방지법의 내용은 형사 고소가 아니라 사내에서 신고 및 인지 대처에 관한 규정"이라며 "법령상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대응과 예방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라고 밝혔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갑질 대상으로는 보인다”고 하면서도 “징계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공무원 행동강령, 공무원 윤리강령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 행동강령과 윤리강령 모두 괴롭힘 방지법에 비해 '금지의 범위'가 매우 좁다. 방지법이 온라인 모욕, 뒷담화나 소문 퍼뜨리기 등 세세한 내용까지 괴롭힘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과 달리 행동이 '더 과격해야' 강령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폭행이나 상해, 명예훼손 등 형사 처벌에 해당하는 수준이 아니면 공무원은 마땅한 구제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공무원의 근무 특성상 인사 평가나 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제대로 된 법 없이 강령만으로는 갑질을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갑질’ 등의 조직문화를 없앨 것으로 기대가 모인 바 있다. 방지법에 따라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모욕 등 ‘갑질’이 신고되면 회사는 피해자가 요구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을 허용해야 한다. 가해자는 징계해야 하고, 회사가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