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씨 실종이 남긴 뼈아픈 맹점…초기 수사 기준, '나이' 아닌 '위험도' 돼야
장미란씨 실종이 남긴 뼈아픈 맹점…초기 수사 기준, '나이' 아닌 '위험도' 돼야
전문가들 "위험도 기준으로 법안 개편해야"
구멍 뚫린 성인 실종 대응 체계

장미란 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농장 모습. /연합뉴스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성인 실종 대응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현재 미성년자는 실종 아동으로 분류해 철저히 대응하는 반면, 성인은 가출인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현행 제도의 맹점을 짚었다.
수사 핵심인 위험도 평가마저 통일된 기준 없이 담당 경찰관의 개인 역량, 이른바 '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이가 아닌 위험도가 기준 돼야" 해외의 촘촘한 법
전문가들은 나이가 아닌 위험도를 기준으로 수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의 실종법(Missing Persons Act)이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영국은 무려 19개에 달하는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통해 실종 초기부터 상황을 기록한다.
영국의 제도를 연구한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영국은 실종자가 스스로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 취약계층인지부터 살핀다"며 "자살, 정신 건강, 약물, 가정폭력 등 범죄에 연루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초기부터 촘촘하게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요국 역시 성인을 포함한 전체 실종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미국은 실종 신고 접수 시점과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두 단계로 나누어 위험도를 강력하게 평가한다.
독일은 자발적 가출 의사를 밝혔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위험군으로 재분류한다.
일본은 생존 여부 판단 기준을 한 달로 두고, 장기 미제 실종자로 전환되면 공안위원회에 등록된 민간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두고 있다.
매년 7만 건 성인 실종... 931명은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나라의 성인 실종 사건은 매년 7만 건에 달한다.
지난해 실종 해제 처리된 비율은 99.7%지만, 대부분은 본격적인 수색이나 수사 없이 종결됐다.
문제는 이들 중 931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는 점이다. 자진 귀가했다는 이유로 실종 기간에 있었을지 모를 범죄 피해 가능성을 들여다보지 않고 사건을 덮어버린 결과일 수 있다.
해외 사례처럼 실종 자체를 강력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초동 대처를 세분화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27일 경찰의 장미란씨 실종 허위종결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실종 107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