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새벽배송 기사 산재 승인…장시간 야간노동 인정
제주 새벽배송 기사 산재 승인…장시간 야간노동 인정
8세·6세 아들 곁으로 돌아온 '산재 승인' 판결
부친상 직후 '물량' 감당하다 참변

쿠팡 /연합뉴스
지난해 제주에서 새벽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쿠팡 협력업체 소속 택배기사 고(故) 오승용 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산재)를 승인했다.
오 씨는 2024년 11월 10일 오전 2시 10분경 제주시 오라2동 인근 도로에서 1t 트럭을 운전하며 배송 업무를 하던 중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당일 오후 3시 10분경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으로는 배우자와 8세, 6세의 두 아들이 있다.
조사 결과 오 씨는 오후 7시부터 익일 오전 6시 30분까지 주 6일,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의 야간 근무를 지속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고 발생 직전인 11월 5일부터 7일까지 부친상을 치른 뒤, 하루의 휴식만을 취하고 9일 오후 7시에 다시 현장에 복귀해 2차 배송을 준비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사측의 '음주운전' 주장과 상충하는 공단의 법적 판단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산재 승인이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과실이 아닌 가혹한 노동 환경에 의한 것임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사측이 고인의 사망 이후 음주운전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이번 결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고인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규제 대상은 아니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5 제5호에 따른 택배원으로서 산재보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
공단은 고인이 처했던 장시간 야간 근로와 부친상 이후의 피로 누적 등이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를 넘어 사고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판결)가 명시한 업무상 재해 인정의 증명 책임 및 인과관계 법리에 기초한 결과다.
법조계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및 민사상 책임 쟁점될 것"
법조계에서는 이번 산재 승인을 기점으로 쿠팡과 협력업체의 법적 책임 범위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 제1항에 따르면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배달 업무 중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신속한 배달 압박과 야간 근로로 인한 피로 누적 등 사고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3. 7. 7. 선고 2023구단50236 판결). 이에 따라 오 씨의 사고 역시 단순한 운전 부주의가 아닌, 관리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향후 유가족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와는 별개로, 사측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사용자의 신의칙상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며, 법원은 과중한 업무로 피용자가 사망한 경우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창원지방법원 2021. 5. 25. 선고 2020나54613 판결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