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내 임용고시 '응시 취소'한 그 사람 찾았는데⋯피해자는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몰래 내 임용고시 '응시 취소'한 그 사람 찾았는데⋯피해자는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남이 취소해서 못보게 된 시험⋯손해배상 청구한다면?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시험. 그런데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그 시험의 응시를 취소했다면 어떨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져, 1년간 준비한 시험을 못 보게 됐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시험. 그런데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그 시험의 응시를 취소했다면 어떨까.
이런 일이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A씨에게 실제로 벌어졌다. 선생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값진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지난 11월 임용시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 확진자로 확인돼 응시 자격을 얻지 못한 걸까. 아니다. 누군가 A씨의 아이디를 이용해 시험 응시 자체를 취소했다.
A씨는 "해킹으로 인한 것"이라며 재시험 기회를 요청했지만, 교육 당국은 A씨 아이디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시험을 취소한 것으로 보여 별도의 기회는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 끝에 용의자 B씨를 찾았다. B씨는 현재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처벌과 별개로, 소중한 시험 기회를 날린 A씨. 꼼짝없이 1년을 더 기다리게 됐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A씨의 상심이 크겠다"며 "B씨로부터 꼭 보상을 받길 바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A씨가 소송을 한다면 B씨에게 얼마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처벌은 어느 정도일까.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사건을 본 변호사들은 A씨가 B씨에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렇다면, 배상 범위는 어디까지 인정될까. 만약, 합격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연봉 상당을 받을 수 있을까. 혹은 1년간 재시험을 준비하면서 드는 일체의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
우선 이 두 가지를 법원이 인정해줄지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유화 부산의 송현우 변호사는 "교원으로 임용됐을 경우를 가정한 연봉 상당액을 손해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인과 관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송 변호사는 "이 경우보다 더 심한 경우도 법원은 손해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한 판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18년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당시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금융감독원 채용 과정에서 2차 면접까지 최고점을 받고도 불합격한 피해자에 대해 "직원으로 채용되었을 경우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면접 때 최고점을 받았더라도 당연히 채용됐을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를 비춰봤을 때, 피해자가 채용되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손해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AK의 박기범 변호사도 이에 동의했다. 박 변호사는 "교원 연봉의 경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태일의 김도윤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김 변호사는 "재시험을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의 경우 받아들일 확률은 높지 않지만 법정에서 다퉈볼 만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세 명의 변호사들 모두 만장일치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기범 변호사는 1000만원 정도의 배상액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송현우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A씨의 상황이라면 1000만원 정도의 위자료는 인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우리 법원은 위자료를 많이 인정하는 편이 아니다"라며 "합격 여부가 불분명했다는 점이 고려된다면 감액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변호사는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김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법원은 범행의 '고의성’과 이로 인한 피해 사실이 분명한 경우 위자료의 액수를 보다 높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경우 B씨의 고의성이 분명해 보인다"며 "위자료가 1000만원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배상액이 정말 피해자의 마음을 위자(慰藉)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B씨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보통신망법(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송현우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위반은 분명해보인다"고 했다.
박기범 변호사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보여진다"며 "처벌 수위는 같은 법 제71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도윤 변호사는 이 밖에도 "시험 주체인 교육청에 대한 업무 방해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