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전 눈산의 비극 '디아틀로프 사건'…기이하게 훼손된 시신들, 철저히 은폐된 수사기록
67년 전 눈산의 비극 '디아틀로프 사건'…기이하게 훼손된 시신들, 철저히 은폐된 수사기록
텐트 찢고 나온 대원 9명의 죽음
당시 소련 정부 "조난 사고" 발표
한국이었다면 유족은 국가에 책임 물을 수 있나

2019년 2월 4일 재수사에 착수된 ‘디야틀로프 고개 사건’에 대한 조사 관련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TASS
1959년 영하 30도의 눈 덮인 산속에서 9명의 탐사대원이 기이한 모습으로 참변을 당한 '디아틀로프 사건'은 국가가 진실을 덮으려 할 때 유족이 겪는 참담한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같은 사건이 만약 한국에서 발생해 국가가 은폐했다면,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끝까지 진실을 요구할 수 있다.
미스터리로 남은 참극과 쏟아진 음모론
1959년 옛 소련 우랄산맥을 오르던 디아틀로프 탐사대 9명이 전원 사망한 조난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발견된 시신 일부는 혀와 안구가 유실되는 등 참혹하게 훼손되어 있었고, 텐트는 안에서 밖으로 찢겨 있었다.
사건의 원인을 두고 저주파 가설, 눈사태 가설 등 다양한 추정 원인이 제기됐다. 나아가 외계인의 소행이라거나 국가의 비밀 무기 실험에 희생됐다는 등 각종 의문점과 음모론도 끊이지 않았다.
당시 옛 소련 당국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수사기록을 철저히 비공개로 부쳤다. 사건은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수사기록 훼손·비공개 의혹, 유족의 무기는
만약 이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고 수사기관이 기록을 숨기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유족은 헌법상 알 권리에서 도출되는 '정보공개청구권'을 통해 국가가 보유한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수사 기밀"이라는 개괄적인 이유만으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다.
국가는 어느 부분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제3자의 개인정보가 섞여 있더라도 그 부분을 분리해 나머지 기록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국가의 "조난 사고" 결론, 부실했다면 독립적 불법행위
당시 옛 소련 당국처럼 국가가 사건을 "조난 사고"라고 서둘러 결론 내렸더라도, 그 조사 과정이 현저히 부실했다면 법적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 법원은 수사기관이 현장 보존을 게을리하거나 중요한 단서를 놓쳐 사인을 미궁에 빠뜨렸다면, 그 부실 수사 자체를 유족에 대한 독립적인 불법행위로 인정한다.
유족은 이를 근거로 국가배상을 청구하고 특별기구 진정 등을 통해 적극적인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결국 국가의 성급한 수사 종결은 끝이 아니라, 유족이 진실을 요구할 법적 권리의 시작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