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배달방송, 우리 집 ‘현관문’도 찍히고 있다? 단순 촬영인가, 불법 촬영인가
실시간 배달방송, 우리 집 ‘현관문’도 찍히고 있다? 단순 촬영인가, 불법 촬영인가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공개되기도

한 유튜버가 본인 채널에 게시한 배달방송 영상. /유튜브 캡처
퇴근길,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잠시 후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반갑게 문을 열지만, 어딘가 찜찜하다. 나를 보고 있는 건 배달원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우리 집 현관문을 엿보고 있었다.
이른바 '배달방송'이 새로운 소통 창구로 인기를 끌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도 들끓고 있다. 배달원이 배달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이 콘텐츠는 시청자와의 소통을 명분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문자의 집 주소, 공동현관 비밀번호, 거주자의 모습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된다.
불법과 합법의 아슬아슬한 경계, 어디까지 허용되나
배달방송은 단순 촬영을 넘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얼굴이나 신체를 촬영해 방송하는 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다. 가게 점원,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이웃, 심지어 음식을 받는 주문자 본인까지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공동현관이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될 경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현관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는 곳에서는 촬영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시간 송출'의 덫…증거도, 제재도 어렵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해도 현실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배달방송은 영상을 저장하지 않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송이 끝나면 증거도 함께 사라지는 셈이다.
현행법상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하더라도, 영상 기록이 없으면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방심위 관계자 역시 "휘발될 때는 현실적으로 (시정이) 어렵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결국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지만, '증거 불충분'이라는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배달방송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방송 진행자의 각별한 주의는 물론, 피해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