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약금 받았는데…예상 못한 압류, 사기죄 될까?
아파트 계약금 받았는데…예상 못한 압류, 사기죄 될까?
신용회복 중 계약했다가 '사기꾼' 몰릴 위기

실직 후 신용회복 절차를 밟던 A씨는 집을 팔아 33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햇살론 연체’로 집이 압류되며 매수인과 소송이 벌어졌고, 결국 패소했다. /셔터스톡
지난해 2월, A씨는 3억 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팔기 위해 가계약을 맺고 계약금 3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실직 후 신용대출 상환이 막막해 신용회복 절차를 밟던 A씨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돈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1년여 만에 악몽으로 변했다.
문제가 터진 건 법률 사무장의 조언에 따른 '햇살론' 3개월 연체 때문이었다. 신용회복에 이 대출을 포함시키려는 계획이었지만, 대출 기관은 올해 4월 A씨의 아파트에 1000만원의 압류를 걸었다. 우편물이 예전 주소로 배송되는 바람에 A씨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뒤늦게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매수인은 격노했다. A씨가 의도적으로 문제를 숨기고 돈만 챙겼다고 의심했다. 결국 민사소송으로 번졌고, 법원은 A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A씨에게 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은 감당할 수 없는 거액. 분할 상환을 제안했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소송에 지친 매수인은 "장난하냐"며 일축했다. 이제 A씨는 매수인이 감정적으로 격해져 자신을 사기죄로 형사고소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계약 땐 문제없었다" vs "재정 상태 알렸어야"…엇갈린 시선
A씨의 사연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핵심 쟁점은 계약 당시 상대를 속여 돈을 가로채려는 '기망의 고의'가 있었는지다.
다수의 변호사는 "사기죄 성립은 어렵다'"고 봤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A씨는 실제로 집을 팔 의사가 있었고, 압류는 계약 체결 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후발적 사정"이라며 "이는 형사상 사기가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계약 이후의 사정 변경까지 예견해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사기죄가 성립될 위험이 상당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공동법률사무소 온기 권장안 변호사는 "법원은 피고인의 주관적 의사뿐 아니라 계약 당시 객관적인 재정 능력과 신의칙에 따른 고지의무 위반을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A씨가 계약 당시 이미 실직 상태로 신용회복을 진행 중이었고, 압류 원인이 된 대출 연체를 스스로 시작했다는 점이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고소 막을 유일한 길…진정성 있는 변제 노력
평가는 엇갈렸지만, A씨를 위한 해법은 한곳을 향했다. 바로 진정성 있는 피해 회복 노력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응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변제 계획을 서면으로 작성해 내용증명 등으로 공식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책임을 회피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만약 사건이 형사 절차로 넘어가더라도, 이러한 노력은 판사에게 반성의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양형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