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여후배집서 나체로 잔 30대남, 주거침입 무죄⋯"자기 집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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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여후배집서 나체로 잔 30대남, 주거침입 무죄⋯"자기 집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

2020. 06. 21 14:4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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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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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두 명일 때, 한 명 허락받고 들어갔어도 '다른 사람'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주거침입죄'

1심 '벌금 300만원', 2심에서 "술에 취해 내 집이라 생각했다"는 주장 받아들여 '무죄'

술에 취해 여자 후배가 사는 집에 들어가 나체 상태로 잠든 30대 남성. 여자 후배의 사실혼 관계에 있는 다른 남성에게 그 장면을 목격당했다. 결국 주거침입죄로 재판을 받게 됐는데, 1심과 2심 결과는 정반대였다. 사건과 무관한 참고사진. /셔터스톡

술에 취해 대학원 여자 후배 집에서 나체 상태로 잠들었다가, 여후배의 사실혼 관계인 남성에게 발견돼 "주거침입죄"로 고소당한 30대 남성. 1심에서는 벌금 300만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이 여후배의 집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고, 평소 습관대로 옷을 벗고 잤을 가능성을 2심 법원이 받아들이면서다.


함께 술을 마신 대학원 후배 집에서 잠든 선배 A씨

사건은 무더웠던 지난 2018년 8월에 발생했다. 같은 전문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A씨와 B씨는 함께 술을 마시고 B씨 집으로 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집에서 잠들었다.


B씨는 사실혼 관계인 C씨와 동거하고 있었는데, C씨가 뒤늦게 집에 들어오면서 두 사람이 잠들어있는 상황을 발견했다. C씨가 집에 들어왔을 때, A씨는 옷을 다 벗고 거실에서 자고 있었고, 자신과 사실혼 관계인 B씨는 안방 침대에서 옷을 입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C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A씨는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술에 취해 내 집이라 착각했다" vs. "공동주거권자(C씨)의 의사에 반한다"

1심 재판의 쟁점은 A씨가 그 집을 '자신의 집'이라 착각했는지 여부였다. A씨는 재판 내내 "술에 취해 내 집으로 잘못 알고 들어가 잠이 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늦은 시간에 처음 방문한 타인의 주거지에서 전라 상태로 잠든 이상 공동 주거권자(C씨)의 추정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2심은 사건을 다르게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재판장 이원신·김우정·김예영)는 "A씨는 주거(B씨의 집)에 들어갈 당시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오랜 자취 생활로 집에서 옷을 벗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며 "사건이 벌어진 날은 무더운 한여름이고 A씨는 긴 팔 와이셔츠와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성인이 타인의 집에 방문해 옷을 모두 벗고 잠이 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A씨가 답답함을 느끼고 타인의 주거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평소 습관대로 옷을 모두 벗은 후 거실에서 잠이 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집주인 허락 받고 집에 들어갔어도, 공동 집주인이 의사에 반하면 '주거침입죄'

이 사건에서 A씨는 후배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B씨가 사는 집에 들어갔다. 집주인인 B씨의 허락을 받아 집에 들어간 경우다. 그런데도 주거침입죄로 재판을 받았다.


그 집이 B씨 말고도 다른 집주인(공동 주거권자)이 있었기 때문이다. B씨와 사실혼 관계인 동거남 C씨다.


우리 법원은 공동주거권이 있는 집에 누군가 들어갔을 떄, 공동주권자 모두의 승낙이 없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의 평온'인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누군가가 주거에 들어왔다면 그 평온을 깨뜨렸다는 판단에서다.


이때 법원은 거주자의 명시적인 의사뿐 아니라 '추정적인 의사'도 인정한다. 예를 들어 '한 남성이 저녁 무렵 (결혼한 여성의 집에) 들어가 다음날 새벽까지 그 집에 머무른 행위'는 그 집 남편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행위로 인정하는 식이다.


그 집 남편이 명시적으로 "다른 남자가 우리 집에 들어와 밤을 지새우면 안 된다"는 의사를 표현한 적이 없더라도, 명백히 그런 의사를 추정할 수 있으므로, 그 의사를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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