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우정 이용해 20억 꿀꺽…부동산 사기범에 국민참여재판 ‘유죄’
20년 우정 이용해 20억 꿀꺽…부동산 사기범에 국민참여재판 ‘유죄’
법원 "사업 능력·의사 없이 돈 받아 다른 빚 갚아…죄책 무거워" 징역 3년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주 상업지구에 공동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20억을 건넨 남성이 부동산업자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둘은 1999년부터 알고 지낸 20년 지기였다.
부산지방법원 제7형사부(재판장 신헌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024년 7월 23일 밝혔다.
사건은 201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동산 시행사업자인 A씨는 B씨에게 "전주 상업지구에 지상 7층짜리 오피스텔과 상가를 짓는 사업을 하는데, 20억씩 공동 투자해 수익을 3분의 1씩 나누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A씨는 애초에 해당 사업에 투자할 돈도 없었고, 다른 동업자와 사전에 지분 배분을 협의한 사실도 없었다. B씨에게서 받은 돈은 약속한 사업이 아닌, 자신의 다른 빚을 갚는 데 쓸 계획이었다.
이에 속은 B씨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20억을 A씨에게 송금했다.
법원 "피해자 진술 일관, 피고인 행동 모순"
재판부는 A씨의 사기 혐의를 명확히 인정했다.
첫째, 피해자 B씨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지분 3분의 1을 이전받기로 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20억을 투자하는 피해자 입장에선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지분을 받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둘째, A씨의 앞뒤가 다른 행동이었다. 그는 B씨가 지분 이전을 요구하자 처음엔 "다른 주주들이 반대한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다 돌연 "투자금 20억과 수익금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지분 약속이 없었다면 피해자의 요구를 거절하면 될 일"이라며 "오히려 투자금을 반환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셋째, 돈의 행방이었다. B씨가 보낸 20억은 약속된 전주 사업이 아닌, A씨의 다른 현장 투자금을 돌려막는 데 전부 사용됐다.
배심원 7명 중 6명 '유죄'
이번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7명 중 6명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에 대한 의견은 징역 3년에서 6년까지 다양하게 제시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해 20억을 가로챈 것은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 회복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꼽았다.
다만 "피고인의 말을 쉽게 믿고 거액을 건넨 피해자에게도 피해 발생에 일부 책임이 있는 점"과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권고형의 하한인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법(특경법)은 이득액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인 사기 범죄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고] 부산지방법원 2024고합48,2024초기585 판결문 (2024. 7. 2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