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집'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는데⋯"시끄러워 살 수가 없습니다"
'조용한 집'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는데⋯"시끄러워 살 수가 없습니다"
밤낮없는 소음에 스트레스⋯ 계약해지 사유가 될까?

이사 온 집에서 밤낮없는 소음에 고통을 겪고 있는 A씨.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가능할까?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는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렸던 A씨 가족은 이번 집을 구할 때 '집이 조용한가'를 제일 중요하게 확인했다.
이사 온 집을 구경할 땐 주변이 조용한 것 같았고, 공인중개사와 집주인 모두 "조용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을 믿고 A씨 가족은 2년 월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불과 2주가 지난 지금 A씨는 너무 괴롭다. 집 주변에 있는 공영주차장, 주유소, 카센터, 주점 등에서 나오는 각종 소음이 문제였다. 관련 기관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소용이 없다.
현재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A씨. 도저히 이곳에서는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없다. 밤낮없는 소음으로 A씨의 심리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우울증과 불면증도 더 심해진 것 같다. 퇴직한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버지 또한 들려오는 소음에 힘들어하는 상태다.
A씨는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이미 보증금을 냈고, 계약 기간은 남아있는 상황.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고 계약했는데, 그 말이 거짓말이었으니 계약 해지가 가능할까? 변호사들에게 답을 들어봤다.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봤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소음이 심한 곳이라면 "주거공간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는 "소음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불가능하다면, 임대인(집주인)의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전세계약을 파기하고 보증금을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A씨에게 빌려준 집의 상태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근거는 민법에 있다. 제623조에서 "임대인(집주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양도하고, 계약이 종료되기 전까지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A씨가 처한 상황이 법에서 보장하는 '사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상태'에 미달하는지 여부다. 기준은 객관적인 소음 기준에서 찾을 수 있다.
합동법률사무소 승률의 정승욱 변호사는 "소음도가 낮(50~70db)과 밤(40~70db)의 일반 수준을 넘어야 한다" 고 말했다. 만약 A씨의 집에서 나는 소음이 정해진 허용 기준치보다 높게 측정된다면 계약해지는 물론 이사비도 청구할 수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르면 A씨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 일반 주거지역일 경우, 6시~22시에 해당하는 낮의 소음 허용 한도는 55db이다. 또한 22시~6시에 해당하는 밤의 소음 허용 한도는 45db이다.
A씨 집에서 소음을 측정하여 해당 기준을 초과했다면 월세 계약 파기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정확한 소음측정을 위해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의 소음측정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