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지 않았다" 반성문에 유서 쓰고 극단적 선택 고등학생…선생님 '아동학대' 처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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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지 않았다" 반성문에 유서 쓰고 극단적 선택 고등학생…선생님 '아동학대' 처벌 가능성

2021. 06. 15 10:40 작성2021. 06. 15 15: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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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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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의심받자 반성문에 "베끼지 않았어요" 유서 쓴 뒤 극단적 선택

유가족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한 것" 주장⋯사실이라면 교사 책임은?

극단적 선택을 의심받자 반성문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생(17). 유가족은 "교사가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교사는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져야할까.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고등학생의 반성문이 '유서'가 됐다. 마지막 메시지는 '커닝(cunning⋅부정행위)을 하지 않았다.' 교사로부터 부정행위를 의심받자, 억울함을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등학생 A(17)양.


유가족에 따르면 A양에겐 '해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줄곧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교사 B씨는 이를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A양은 다음 수업도 듣지 못한 채 곧장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써야 했다. 유가족은 "A양이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과 교육당국이 학교 감사와 동시에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유가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교사 B씨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대한변호사협회에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제1호'로 등록된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징계와 형사 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분석했다.


쪽지시험 도중 부정행위 의심받자, 반성문에서 억울함 호소한 뒤 투신

지난 10일,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생 A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본래라면 학교에 있었어야 하는 시간, A양은 교문을 빠져나와 학교 인근 아파트로 올라갔다. 이날 1교시에 치른 수행평가에서 '부정행위'를 의심받은 직후였다.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시험이었다.


당시 교사 B씨는 A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이를 근거로 베끼어 쓴 것으로 의심했다. A양은 이를 부인했지만, B씨가 이를 듣지 않았다는 게 유가족 측 주장이다. 이때 B씨는 A양을 교무실로 데려갔고, 2교시 수업도 받지 못하게 한 뒤 반성문을 쓰게 했다.


A양은 마지막으로 남긴 반성문에서도 부정행위에 대한 반박을 적었다. 영어 세 문장을 쓴 뒤 "수행평가지(답안지)에는 이 문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0점 처리 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교사 B씨가 적발한 쪽지와 답안지의 문장이 달라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성문 뒷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저는 이제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저에게 주신 기회를 모두 다 썼습니다."


부정행위 관리, 교사의 직무는 맞습니다⋯그런데 학생의 죽음에 책임도 져야 합니다

유가족 측 주장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교사 B씨가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지 정리했다.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 노윤호 변호사 제공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 노윤호 변호사 제공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는 "교사의 단정적인 판단으로 A양의 인격권과 양심의 자유가 침해된 사건"이라며 교사 B씨는 "징계와 형사 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①징계 가능⋯절차상 하자와 인권 침해

노 변호사는 "교육청에서 교사 B씨를 징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절차상 하자와 인권 침해 등이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에겐 당연히 학생의 부정행위를 지도⋅감독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교사 B씨가 지켜야 할 순서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노 변호사는 지적했다. "부정행위를 부인한 A양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부정행위를 기정사실화 해 반성문까지 쓰게 한 것은 절차상 하자"라고 했다.


초⋅중등교육법(제18조)이 "학생을 징계하려면 그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학습권 침해와 인권 침해의 소지도 있다"고 노 변호사는 말했다. A양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고, 그 시간에 반성문을 쓰게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9년 비슷한 사건에서 훈육의 차원이라도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학습권 침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또한 노 변호사는 "부정행위를 단정화 해 낙인찍는 결과가 초래했다"며 인권 침해라고도 했다.


②형사 처벌도 가능⋯아동복지법 위반

고등학교 2학년으로 알려진 A(17)양은 만18세 미만이므로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노 변호사는 "교사 B씨의 행동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B씨가 형사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교사가 다른 학생들 앞에서 A양의 행동을 부정 행위로 단정하고,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채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한 일련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노 변호사는 밝혔다.


아동의 신체를 때리는 것만 아동학대가 아니다. 우리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정서적 학대는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헌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③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가능⋯단, 과실 인정돼야

교사 B씨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노 변호사는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B씨는 A양 유가족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뿐만 아니라, 일실수입도 물어내야 한다. 일실수입이란 A양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향후 정년까지 일하면서 벌 수 있었을 수입을 가정한 액수다.


다만 "유가족 측에서 B씨가 A양의 극단적 선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을 입증하고, 법원에서 이를 인정하는 경우에 가능하다"고 노 변호사는 설명했다. 쉽게말해 교사 B씨가 A양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를 다 하지 않은 점(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다.


노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유가족 측이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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