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0)] 물건의 권리자를 알리는 방법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0)] 물건의 권리자를 알리는 방법
물권의 공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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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의 물권은 어떻게 공시가 될까? 민법은 점유를 기준으로 하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느 물건의 소유권 등의 권리자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방법은 그 물건이 부동산이냐, 동산이냐에 따라 크게 다르다. 요새는 웬만큼 세상 물정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동산을 사면 등기를 넘겨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등기는 왜 하는 것일까? 등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토지나 건물을 그냥 봐서는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 부동산에 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부동산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일반인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등기제도가 생겼다. 부동산에 관한 물권인 소유권이나 전세권, 저당권 등의 발생과 변경, 소멸, 즉 물권변동을 등기부에 기록해서 이를 기준으로 권리관계의 현황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물권의 변동이 계약 등 법률행위로 생기는 경우에는 등기하여야 효력이 생긴다. 허생원이 이춘풍의 별장인 추월당을 3억 원에 사기로 계약을 하고 얼마 뒤에 잔금까지 완전히 지급한 뒤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면 허생원은 언제 추월당의 소유자가 되는가? 계약의 체결이나 잔금의 지급으로는 소유권은 이전하지 않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소유권이 이춘풍으로부터 허생원에게로 이전된다. 만일 그사이에 이춘풍이 김선달과 추월당 매매계약을 하고 등기를 이전하여 주면 그 별장의 소유권은 김선달에게 이전한다. 이런 경우 물론 허생원은 이춘풍에게 계약불이행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지만 추월당의 소유권은 취득할 수 없다.
이춘풍이 허생원에게서 1억 원을 빌리면서 추월당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뒤에 김선달에게서 2억 원을 빌리고 추월당에 저당권을 또 설정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다만 나중에 저당권을 실행할 때 먼저 등기를 마친 허생원이 선순위 저당권자가 되어 우선적으로 변제를 받고, 나머지가 있어야 김선달이 변제받게 된다.
이처럼 계약 등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의 변동은 등기를 하여야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물권이 변동하는 경우, 즉 상속이나 경매, 판결 등으로 인한 물권 변동은 등기가 없어도 효력이 생긴다. 다만 그 물건을 처분하려면 등기가 되어 있어야 한다. 상속의 경우에는 피상속인(사망자)이 사망한 순간에, 경매 절차에서는 매수인이 대금을 완전히 지급한 때에,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이 확정된 때에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긴다.
그러면 동산의 물권은 어떻게 공시가 될까? 자동차나 항공기, 선박과 같은 동산에는 등기나 등록제도가 있어서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지만 그렇지 않은 동산의 경우는 사실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민법은 점유를 기준으로 하였다.
동산에 관한 소유권 등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의 점유를 이전, 즉 인도(引渡)하여야 효력이 생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소유권의 이전이나 질권의 설정 등은 권리자가 점유를 취득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이춘풍이 김선달의 주점에서 막걸리 한 궤짝을 샀어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아직 소유자가 된 것이 아닌 셈이다.
다만, 동산은 말 그대로 쉽게 움직이는 물건이어서 여러 가지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김선달이 이춘풍 집 냉장실에 맡겨 놓은 막걸리 한 궤짝을 이춘풍이 살 경우에는 매수인 이춘풍이 이미 점유를 하고 있으므로 따로 인도받을 필요가 없다(간이인도). 이춘풍이 김선달의 주점에서 막걸리 한 궤짝을 사고 당분간 맡겨두기로 계약한 경우에는 이춘풍이 인도받아 소유자가 된 것으로 취급된다(점유개정). 김선달이 막걸리 궤짝들을 허생원의 창고에 맡겨 둔 경우에는 김선달이 이춘풍에게 막걸리를 팔고 굳이 그 창고에 가서 막걸리 궤짝을 반환받아 다시 이춘풍에게 인도할 필요 없이 허생원에 대한 궤짝반환청구권을 이춘풍에게 양도하면 이춘풍이 궤짝을 인도받은 것으로, 즉 소유자가 된 것으로 취급된다(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 나중에 이춘풍이 그 청구권을 행사해서 허생원에게서 인도받으면 될 것이다.
물건을 사고 대금을 다 지급했더라도 등기이전이나 인도가 없으면 "그 물건이 내 것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라고 큰소리 쳐봐야 공염불이 될 뿐이니 주의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