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짜리 소송당하고도 소속사가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배경, 손해배상 '입증 책임'
30억짜리 소송당하고도 소속사가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배경, 손해배상 '입증 책임'
드라마 제작사 "주연배우 지수, 학폭 논란으로 하차하며 촬영분 90% 재제작" 피해 호소
소속사 상대로 3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변호사들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본 이유는?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의 주연배우 지수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중도하차 했고, 드라마 제작사는 기존 촬영분 가운데 90%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이에 제작사는 3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수 인스타그램⋅빅토리콘텐츠 홈페이지⋅KBS 홈페이지⋅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올 초 한국 스포츠계와 연예계가 '학교폭력 미투'로 회초리를 맞았다. 지난달 종영한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그 불똥이 튄 대표적인 사례다. 주연배우 지수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중도하차 했고, 드라마 제작사는 기존 촬영분 가운데 90%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막대한 손해를 치르고 겨우 유종의 미를 거둔 '달뜨강'. 하지만 본격적인 법적 공방은 이제 시작이다.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가 배우 지수의 당시 소속사였던 '키이스트'에 3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십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면 누구보다 애가 타는 쪽은 소속사여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제작사가 더 전전긍긍하고 소속사는 느긋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26일, 빅토리콘텐츠는 "키이스트가 손해배상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제작사는 "배우와 소속사 때문에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큰 손실을 봤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했다"면서 "추가 제작비용이나 기대 매출 감소, 대내외 평판 훼손 등을 감안하면 30억원도 손해의 일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키이스트 측은 "일단 재판 경과를 지켜보자"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물의를 일으킨 소속 배우 지수와의 전속 계약도 해지했다.
변호사들은 "배우가 학교폭력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법적으로만 따지면 제작사가 마냥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사태가 소속사가 배우의 학폭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감췄거나,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서 문제를 키운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강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율원)는 "제작사와 소속사 간 출연계약서에 소속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조항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출연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배우의 과거 행적'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이 계약서에 없었다면, 논란이 일었더라도 배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제작사가 불리한 이유는 또 있다. 강 변호사는 제작사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는 점과 입증 곤란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제작사는 스스로 주장하는 손해액의 구체적인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며 "이러한 입증 없이는 소속사 주장대로 '도의적인 책임'에 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로엔리의 이지윤 변호사는 "제작사가 배우의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소속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고 했다. 다만, 여기서도 손해 입증은 제작사가 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연예인이 품위손상 조항을 위반해 손해배상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며 "2009년 고(故) 최진실씨 이혼 공방, 가수 이효리씨 4집 앨범 표절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광고 계약을 맺었던 회사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했고, 법원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최초 청구액보다 크게 줄었다.
고 최진실씨에게 광고모델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한 회사는 1심에서 30억 50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을 거치면서 배상액은 2억 5000만원까지 경감됐다. 이효리씨의 경우 광고주로부터 최초 요구받은 손해배상액이 4억 9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종 조정된 금액은 1억 9000만원이었다.
PD&LAW 법률사무소의 한상훈 변호사도 "드라마 계약 이후에 음주운전이나 폭력 등 문제를 일으킨 사안에 대해선 손해배상이 인정된 판례들이 있다"고 했다. 품위손상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긴 하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폭력 사태들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나버렸거나, 계약 당시에는 소속사조차 문제를 예측할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아서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변호사는 짚었다. 이어 "사실상 제작사와 소속사가 조정 합의를 이루지 않는 한,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둘. 30억짜리 소송을 당하고도 소속사가 "실비변상 정도는 하겠다"고 선심 쓰듯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수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도, 손해를 배상하라고 할 입증 책임도 모두 제작사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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