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고금리 적금' 해지 안 하고 버티다 남해축협 파산하면, 내 돈은?
'10% 고금리 적금' 해지 안 하고 버티다 남해축협 파산하면, 내 돈은?
직원 실수로 10억 대면 상품, 비대면으로 1000억 넘게 판매
파산 위기에 처한 남해축협, "적금 해지" 읍소

한 지역농협에서 10%대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판매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몰리자,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부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소동은 직원의 클릭 실수로 시작된 일이었다. /온라인커뮤니티·네이버지도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남해 축산농협을 살리고자 염치없이 문자를 보낸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
일부 지역농협에서 고금리의 정기적금 상품을 판매했다가, 오히려 고객들에게 "해지해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일 남해축산농협은 최고 10%대 적금 특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래 예정으로는 은행 창구에서만 가입 가능한 대면용 상품이었다. 다만, 직원 실수로 비대면으로도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가입자가 폭증했다. 남해축산농협 측은 사태를 파악하고 부랴부랴 판매를 중단했지만, 10억 한도 상품에 이미 1000억이 넘는 예수금이 모였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지역농협의 출자금은 약 73억이다. 당기 순이익은 10억이 채 안 되고, 현금 자산은 약 3억원 정도다. 만약, 이번에 유입된 1000억대 예수금이 유지된다면 만기일에만 100억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이에 남해축산농협 측은 지난 6일부터 가입 고객들에게 해지 요청 문자를 보내고 있다.
사실 남해축산농협 뿐만 아니라, 최근 지역 농협들이 진행한 고금리 특판 상품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 동경주농협과 경남 합천군 합천농협도 각각 8.2%·9.7% 적금을 판매했다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고객들이 모여 상품 해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런 고금리 특판 판매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해축산농협과 동경주농협 등은 사과문과 문자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적금 해약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면, 강제로 적금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인평의 조윤상 변호사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예금 등은 민법상 '소비임치'의 성격을 가진다"면서 "이 경우 기간의 약정이 있다면,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해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직원의 실수가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였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주원의 홍석현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홍 변호사는 "직원의 실수로 과도하게 상품판매가 이뤄졌다는 사정은 중도해지 사유 등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상적으로 이뤄진 계약인 만큼, 법적으로 보면 약정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역농협 측이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홍 변호사는 분석했다. 고객들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와 같은 해지 요청에 고객들은 상반된 반응이다. "고객이 실수하면, 은행이 봐주느냐"며 해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파산하면 어차피 우리 손해"라며 해지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물론, 적금 해지 여부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이를 왈가불가 할 수는 없다.
①"은행이 망하는 거 본적 없다"
"은행이 망하는 거 본적 없다"라며 적금 해지를 미루는 일부 고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있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남해축산농협과 동경주농협, 합천농협 등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 지역 조합원에게 출자금을 걷어 결성한 협동조합이다. 은행 업무를 취급하긴 하지만 제1금융권으로 분류되는 NH농협은행과는 별개다. 지역농협들은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며, 실제로 파산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 경영공시에 따르면, 진도개진도축협이 지난 2007년 파산했다.
②"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적금을 해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말은 아니다. 지역농협 등은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도 아니다. 다만, 예금자보호법과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하는 개별법을 적용 받는다.
홍석현 변호사는 "지역농협 등은 농업협동조합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농협구조개선법)에 따라 형성된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보호받는다"고 설명했다. 조윤상 변호사도 "(해당 지역농협이)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에 가입했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남해축산농협과 동경주농협 등은 농협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에 따른 보호를 받는 사무소다. 조합 파산 등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시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예금자 1인당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고금리 상품이고 가입 제한도 없었다 보니 1인이 같은 상품을 여러 개 가입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최대 5000만원까지만 보호받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이자도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의 이자는 보장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 가입 시 약정한 이자와 기금관리위원회에서 정하는 이자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주기 때문이다. 기금관리위원회에서 정하는 이자는 전체 농·축협의 예금 등에 대한 평균 이자율을 고려해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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