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뺏긴 새집, 당연히 손해배상 된다? 억울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언박싱' 뺏긴 새집, 당연히 손해배상 된다? 억울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21. 01. 15 12:06 작성2021. 01. 15 12:27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새 집 전세 계약했는데⋯아직 빈 집이라며 제집처럼 쓴 관리소장

훼손 정도와 체류 목적 따라 책임 여부 갈리지만⋯세입자가 손해배상 받기는 어렵다

새집을 계약했는데, 누군가 나보다 먼저 들어와 살고 있었다면 어떨까. 최근 신혼집 전세 계약을 맺은 A씨에게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신혼집 전세 계약을 맺은 A씨. 다른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새집이라 마음에 꼭 들었다. 그날로 계약을 결심하고 가계약금을 입금했다.


그런데 얼마 뒤 다시금 집을 찾은 A씨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누군가 A씨의 새집을 '먼저' 쓰고 있었던 것. 집안 곳곳에 빨래가 널려 있었고, 냉장고 안에는 찐득해 보이는 음료수가 흘러넘쳤다. 심지어 세면대와 싱크대 여기저기 담뱃재까지 있었다. 범인은 현장 관리소장 B씨였다.


말 그대로 중고가 돼버린 신혼집. 새집이라 계약한 것인데 A씨는 황당함을 넘어 화까지 난다. 이런 경우 A씨는 누구에게 어떤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새집이라 계약했으니 보상해달라" 당연히 될 것 같지만⋯

변호사들은 A씨가 느꼈을 박탈감에 모두 공감했다. '새집'이 더이상 '새집'이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화가 날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집이 아니라'는 이유로 A씨가 집주인이나 관리소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A씨가 '세입자' 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집의 상태가 법적으로 책임을 묻긴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새로 계약한 집을 관리소장이 사용했다"며 세입자가 올린 사진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새로 계약한 집을 관리소장이 사용했다"며 세입자가 올린 사진들. /네이버 '뿜'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률사무소 서화담의 백혜랑 변호사는 "관리소장이 집 안에 머물면서 가구나 전자제품을 사용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했다. "관리소장이 쓰기 전과 같이 완벽하게 새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이 저하되거나 망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도 "(집주인이나 관리소장에게) 도의적으로 원상복구를 요구할 순 있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주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집의 상태가 월등히 나빠진 경우여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심 변호사는 설명했다.


백혜랑 변호사는 "A씨가 임대인에게 소정의 입주청소비를 받거나 관리비를 감액하는 정도로 조율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심지연 변호사는 "A씨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양도하고, 계약이 종료되기 전까지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방법이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는 대안은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법률자문
법률사무소 서화담의 백혜랑 변호사,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서화담의 백혜랑 변호사,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 /로톡DB


집주인이 나서야만 법적 책임 물을 수 있다

단, A씨가 아닌 집주인은 관리소장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백혜랑 변호사는 "관리소장이 건물을 잘 관리하고자 맺은 용역계약을 위반하고, 자신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임대인(집주인)은 관리소장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심지연 변호사는 "관리소장의 호별 출입 권한은 업무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에 한하는 것"이라며 "첫 입주도 이뤄지지 않은 집에 몰래 기거하는 행위는 임대인(집주인)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형법상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따라서 만일 관리소장이 집에 잠시 머무는 수준이 아니라, 기거할 목적으로 출입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