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주고, 장애 동생까지 돌봐준 지인을 아파트 17층서 밀어 살해한 남성
땅도 주고, 장애 동생까지 돌봐준 지인을 아파트 17층서 밀어 살해한 남성
사건 발생 4년 만에 1심 '유죄'⋯징역 15년

아파트 17층에서 80대 지인을 창밖으로 떠밀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범행을 부인하던 그는 사건 발생 4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19년 10월 12일,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17층에서 80대 노인이 창밖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자신의 집에서 추락한 노인은 30시간이 지나서야 담벼락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추락 직전, 노인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노인과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60대 남성 A씨였다. 하지만 그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자,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A씨는 "당시 노인의 집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 건 맞지만, 40분 뒤 다시 갔더니 (노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A씨가 노인을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약 4년 만에 나온 1심 재판 결과였다.
가해자 A씨와 피해 노인은 사건 발생 5년 전, 가족이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였다. 당시 A씨는 중증 장애가 있던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A씨 아내도 노인과 금방 친분을 쌓았고, 이들의 관계는 노인의 아내가 사망한 뒤 더욱 가까워졌다. A씨 부부는 노인의 집을 찾아와 식사를 챙겨줬고, 그런 A씨 아내에게 피해 노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증여했다. 또한 노인은 A씨 부부가 살던 아파트의 옆집으로 이사를 하는 등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①이들의 관계는 노인이 재산을 A씨 아내에게 넘겨준 뒤 악화됐다. A씨 아내는 노인의 카드로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이후 노인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신의 집에서 A씨 동생을 돌봐야 했고, A씨 부부에게 생활비를 부탁하거나, 요양보호사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 사건 당일도 노인이 A씨에게 "내가 준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등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②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도 '살인'에 무게를 실었다. 노인의 목에선 피하출혈이 발견됐는데, 이에 대해 감정의는 "추락으로 발생했다기보다는 손으로 눌러 생겼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③"남편이 밀어 떨어뜨리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 A씨 아내의 진술도 증거로 인정됐다. A씨 아내는 중간에 "노인이 추락하는 걸 보지 못했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진술이 계속 바뀌긴 했지만, 'A씨가 노인을 밀었다'는 상황 진술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일 뿐 아니라 부검 결과와도 부합한다는 등의 이유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④피해 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인이 많은 나이에도 매일 걷기 운동을 하고,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으며 평소 남긴 기록에도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없었던 점에서 위와 같이 판단했다.
이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한 재판 결과는 살인 혐의 '유죄'였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양형사유로 "피고인(A씨)은 돈 문제 등으로 피해자와 다투던 중 아파트 17층 발코니 밖으로 피해자를 밀어뜨려 살해했다"며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결과도 참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을 피고인 부부에게 증여했고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동생도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점을 고려하면 반사회성이 큰 범행"이라며 "피고인이 유족의 용서를 받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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