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목숨 앗아간 한화에어로 폭발사고, 참사 키운 '정전기'와 '보안시설'의 역설
5명 목숨 앗아간 한화에어로 폭발사고, 참사 키운 '정전기'와 '보안시설'의 역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세척 공실에서 폭발 사고 발생
20대 계약직 포함 5명 사망·2명 부상
과거 8년간 사망자만 8명 발생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모습. /연합뉴스
20대 계약직 청년 2명을 포함해 총 5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명이 다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는, 역설적이게도 화약을 물로 씻어내는 '세척 공실(연구동 내 작업실)'에서 발생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세척 공간은 왜 거대한 폭탄이 되었을까.
TNT급 폭발력 지닌 로켓 추진제…공기 중 떠다니는 '화약 가루'가 화약고 만들었다
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은 미사일에 들어가는 로켓 추진제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업장이다.
2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이 추진제에 대해 "TNT처럼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폭발물"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고체 추진제 혼합 과정에 사용된 공구를 세척하다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영근 센터장은 "실제로 추진제는 물에 희석되면 위험성이 엄청 줄어든다"며 폭발 원인이 물 자체가 아님을 지적했다.
장 센터장은 사고 원인으로 공실 내부에 누적된 가연성 물질과 '정전기'를 지목했다.
장 센터장은 "세척 공실에는 닦아낸 추진제 잔류물들이 모여 있고, 마른 상태의 추진제 분진이 공중에 떠 있었을 것"이라며 "물 이외에 사용하는 세척 용제가 증기 형태로 남아 또 다른 가연성 물질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물질들이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된 상태에서 마찰열이나 정전기 같은 단일 점화원이 닿아 예상보다 큰 대형 폭발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목격자들은 지진이 난 줄 알 정도로 엄청난 폭발음을 두 차례나 들었다고 증언했다.
8년간 13명 사상자 냈지만…'보안시설' 베일에 가려진 안전 불감증
이번 참사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이 공장에서의 폭발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8년 폭발 사고로 5명이 사망했고, 이듬해인 2019년에도 3명이 숨졌다. 장 센터장은 "동일 사업장에서 지난 7~8년 동안 3번에 걸쳐 유사 사고가 났다면 안전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작업자들의 일상적인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 센터장은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루틴하게 해왔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세척하니까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곳이 국가 중요 '가급' 보안 시설이라는 이유로 안전 점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다.
장 센터장은 "보안 시설이다 보니 민간인 접근이 어려웠고, 사고가 난 공실이 작은 건물이어서 외부 점검 요구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 자체적으로만 주기적으로 점검했다고 듣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 제조업보다 훨씬 엄격한 안전 관리와 위험 평가가 필요한 방위산업 현장. 하지만 '보안'이라는 베일과 '자체 점검'이라는 허술한 울타리 속에서,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은 또다시 반복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