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훔쳤지" 초등학생 주머니 뒤진 서점 주인…신체수색죄로 재판받았지만 '무죄'
"볼펜 훔쳤지" 초등학생 주머니 뒤진 서점 주인…신체수색죄로 재판받았지만 '무죄'

펜을 훔쳤다고 오해해 초등학생의 신체를 수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점 주인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펜 훔쳤지?"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대구의 서점에서 CC(폐쇄회로)TV를 보던 A씨. 그러다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초등학생 B양이 볼펜 진열대에 손을 갖다 댄 뒤 주머니로 손을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 B양 손에는 길쭉한 물건이 들려있었다. 이에 A씨는 B양이 볼펜을 훔쳤다고 생각해, B양을 따로 불러냈다. 이후 서점 안쪽으로 데려가 "펜을 가져갔냐"고 물어봤는데, B양은 주머니를 보여줬다.
주머니에서는 볼펜 대신, 길죽한 사탕형 과자인 '멘토스'가 나왔다. A씨가 이를 볼펜이라고 착각한 것. 이후 패딩 주머니를 직접 확인하고, 재고까지 세어본 뒤 B양이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한 A씨는 B양에게 사과했다. 이후 B양의 부모에게도 이를 알리고 사과했다.
이를 알게 된 B양의 부모는 A씨를 고소했다. 그리고 A씨는 '신체수색죄'로 재판을 받게 됐는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18일 대구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양영희 부장판사)는 신체수색죄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리 형법은 신체 또는 집 안을 임의로 수색하면 3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제321조).
기소 당시 검찰은 △A씨가 B양의 동의 없이 주머니를 뒤진 점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경찰이나 B양의 부모를 불러 허락을 구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점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1심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는 지난 1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7명도 모두 만장일치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상오 부장판사는 "펜 한 개를 훔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근거로 경찰관을 부르는 건 아동에 대한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를 호출하는 것 또한 가족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는 성인 여성으로서, 만약 아동이 실제로 서점의 물건을 훔쳤다면 적절히 계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형법 제20조에 따르면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 보고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당시 B양이 A씨에게 먼저 주머니를 꺼내 보인 점을 '동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부장판사는 "B양은 주머니를 뒤집어 A씨를 보여주기도 했다"며 "이 행동은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살펴봐도 좋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묵시적 승낙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였다. 형법 제24조는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검찰은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렇게 열린 2심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양영희 부장판사 역시 "A씨의 수색은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된다며"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1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