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생은 교실에, 피해 교사는 거리에… 성추행 인정받고도 1년째 돌아가지 못하는 학교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가해 학생은 교실에, 피해 교사는 거리에… 성추행 인정받고도 1년째 돌아가지 못하는 학교

2026. 05. 15 10:1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제주 고교 교사 성추행 사건, 소년법원 '위법' 인정

가해 학생은 정상 등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제자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당한 교사가 사건 발생 1년 만에 소년법원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공식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를 맴돌고 있다.


가해 학생은 처벌을 받고도 버젓이 학교를 다니고, 피해 교사는 가해자가 졸업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스승의 날을 맞아, 학교와 경찰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홀로 사투를 벌여야 했던 제주 고등학교 피해 교사의 사연을 전했다.


분리 조치 없이 떠난 수학여행… "학생이 불쌍하다"는 교보위의 결론


사건 직후 피해 교사는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가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는 열흘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관련 지침상 신고와 무관하게 5일간 가능한 긴급 분리 조치나 특별 휴가 제도가 존재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숙지하지 못해 교육청의 지적을 받고서야 뒤늦게 안내한 탓이다.


결국 가해 학생과 분리되지 못한 피해 교사는 수학여행까지 동행해야 했다. 여행지에서도 가해 학생이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새벽에 연락해오는 2차 가해가 이어졌지만, 교사는 이 모든 상황을 홀로 감내해야만 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의 대응도 황당했다.


교보위는 해당 사건이 "성적 혐오감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했지만 성폭력 범죄로 단정하긴 어렵다"며 가해 학생에게 교내 사회봉사와 심리치료 처분만 내렸다. 교권 보호가 아닌 가해 학생의 반성 여부에만 무게를 둔 다수결 결정이었다.


처분을 납득하지 못한 피해 교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회의록을 확보했다.


피해 교사는 "회의록을 살펴봤을 때 이 학생이 계속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자기는 그런 행동 자체를 한 적이 없다. 선생님이 자기를 오해해서 힘들다라는 식으로. 그게 결과적으로는 교보위에서는 학생이 불쌍하다라는 평가를 내리시는 이런 위원분도 계셨어요"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CCTV 증거에도 "의도 없었을 것"… 경찰의 부실 수사와 2차 가해


사법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경찰 역시 피해 교사의 편이 아니었다. 교권 침해 신고 과정에서 CCTV와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를 교사가 직접 발로 뛰어 확보했지만, 경찰은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경찰의 결정 통지서에는 교사의 진술이 완전히 빠져 있었고, 대신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복도인데 성추행을 할 의도가 있었겠나. 기습 추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등 가해 학생 측의 일방적 진술만이 인용되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학교 안팎에서는 "무리한 고소 아니냐", "교사라면 학생을 품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까지 일며 피해 교사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피해 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진짜 이 객관적인 증거하고 완벽하게 배치되는 불송치 결정이었기 때문에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졌고 근데 이의신청 받아들여지기까지 몇 개월이 더 걸린 거잖아요. 정말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가장 외로웠던 시기인 거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법원 "위법 행위 맞다" 판결에도… 가해자는 교실, 피해자는 거리에


홀로 버티며 검찰에 이의신청을 낸 교사는 결국 재수사를 이끌어냈다. 소년법원은 가해 학생의 행위를 위법으로 인정하고 '보호처분' 결정을 내렸고, 이 판결은 항소 없이 확정됐다.


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소년법의 보호처분 결과는 원칙적으로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고 학교에 통보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은 현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상 등교 중이며, 피해 교사는 가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사건을 짚은 유승민 작가는 피해 교사가 남긴 묵직한 화두를 전했다.


"이 교사가 '만약에 내가 교사가 아니고 일반인이어서도 똑같이 이렇게 보호받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거기에 대한 대답도 우리 사회가 찾아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