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혐오 현수막 규제 언급... 현재 발의된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 혐오 현수막 규제 언급... 현재 발의된 법안은
진보당 손솔 의원, '인종차별 철폐 협약' 기반 철거·비용 청구 법안 발의

지난 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도로변에 부정선거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이 게시돼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당 혐오 현수막' 규제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빨리 법을 개정해 달라"는 대통령의 촉구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행법은 정당 현수막 설치를 폭넓게 허용하지만, 문제는 '혐오 표현' 기준이 없어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점이다.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정당 범위 제한, 선관위와 지자체 간 혼선 정리, 허위사실 유포 처벌 등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다"면서도 "이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게 어디까지가 혐오냐라는 기준 설정 문제"라고 지적했다.
혐오의 기준, 국제 조약에서 찾다
이 가운데 진보당 손솔 의원이 발의한 정당법 개정안이 구체적인 '혐오 표현'의 기준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손솔 의원은 방송에서 "제가 제시한 기준에서는 인종, 피부색, 국적, 민족 등 집단에 대해 그 특징을 가지고 대상을 멸시, 배제하거나 폭력,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것까지 혐오 표현으로 본다"고 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이 기준은 손 의원이 임의로 설정한 것이 아니다. 그는 "특정 집단에 대해 편견이나 배제, 멸시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이 혐오 표현이라고 이미 국제적으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이 법안의 근거는 1965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인종차별 철폐 협약'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최초로 가입한 국제 인권 협약이기도 하다.
유 작가는 "특히 협약 4조는 인종차별 선동 혹은 혐오를 범죄로 규정하고, 국가가 이를 금지하고 처벌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며 "이 협약을 토대로 실제 혐오 표현에 적용한 국제적 사례가 많아 참고할 자료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솔 의원은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논란이 됐던) 내일로미래당 현수막들은 철거 대상이 된다"고 단언했다.
철거 비용 청구... 실질적 제재 수단 담겨
손 의원의 법안은 구체적인 제재 절차도 포함했다. 혐오 현수막이 걸렸을 때, 1차로 정당에 자체 철거를 요청한다. 만약 정당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철거에 나선다.
핵심은 그다음이다. 선관위가 직접 철거한 뒤 철거 비용을 해당 정당에 청구하도록 했다. 유승민 작가는 "만약 그런 사례가 누적 될 경우에는 한 달 동안 현수막 설치를 못 하게 제재할 수 있는 법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경계는 여전해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적 논란 불씨는 남는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 규제 경계선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멸시나 배제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승민 작가 역시 "한국어는 주어 없이도 뜻이 통하는 특성이 있어, 국적이나 특정 집단을 직접 명시하지 않아도 차별이나 혐오 의의를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짚었다. 문구마다 맥락을 따져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유승민 작가는 번거로운 판단 과정이 오히려 필수적이라고 봤다. 유 작가는 "이런 표현은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기에 필요한 과정"이라며 "정황이나 여파, 맥락까지 고려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역시 "법률 특성상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하나 다 명시할 수는 없다"며 "결국은 판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혐오 표현은 안 된다는 대원칙을 일단 공유하고, 어떤 것이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례가 누적되다 보면 그게 또 하나의 의식이 되고 문화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