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보험 때문에 계약서 써줬는데…'2년 더 살라'는 통보, 보증금 받을 수 있을까
집주인 보험 때문에 계약서 써줬는데…'2년 더 살라'는 통보, 보증금 받을 수 있을까
묵시적 갱신 중 보증보험용 계약서 재작성
임대인, 새 계약 근거로 보증금 반환 거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의 한 등록임대주택에 사는 임차인 A씨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집주인의 편의를 위해 계약서를 다시 써줬다가, 정작 이사 갈 날이 되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집주인은 새로 쓴 계약서의 2년 기간을 주장하지만, A씨에겐 '기존 계약을 따른다'는 집주인의 음성 녹취가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A씨. 과연 새로 쓴 계약서를 무효로 하고 계획대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까?
'보험용'으로 써준 계약서가 발목…엇갈리는 계약 만기 주장
A씨는 2022년 6월 서울 소재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최초 임대차계약을 맺고 거주해왔다.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였다.
문제는 2025년 5월, 집주인 B씨가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필요하다'며 계약서 재작성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B씨의 편의를 위해 2년짜리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A씨는 '계약 기간은 기존 계약서를 따른다'는 내용의 대화를 녹음해뒀고, 관련 문자도 보관하고 있었다.
이후 주택 구매 계획이 생긴 A씨는 2026년 7월 31일, B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하고 3개월 뒤인 10월 31일에 이사하며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는 임차인이 해지를 통지하면 3개월 뒤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는 2025년에 작성한 계약서를 근거로 계약 만기가 2027년 5월이라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다. A씨는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B씨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계약서보다 강한 '녹취'…법원, 당사자 '진짜 의도'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기존 계약 기간을 따른다'는 내용의 녹취 등 증거가 있다면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서면 계약서가 존재하더라도, 법원은 계약서의 문언뿐 아니라 작성 경위와 당사자의 실제 의사를 종합해 계약의 실질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는 "'기본계약서를 따른다'는 녹취가 있다면 2025년 계약서는 새로운 계약이 아닌 기존 계약의 연장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이 경우 임대인의 2027년 5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 또한 계약의 실질적인 의사를 중시하므로, 기존 계약의 연장으로 인정받아 2026년 10월 31일부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해당 계약서의 기간 조항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실제 계약 기간은 기본 계약을 따른다고 합의했다면 이 새로운 계약서의 기간 조항은 법적으로 무효"라며 "보유하신 녹취 파일과 문자 메시지는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합의가 따로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고 짚었다.
보증금 돌려받으려면…'임차권등기'부터 신청해야
변호사들은 A씨가 원하는 10월 31일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곧바로 법적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및 보증금 반환 소송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심 심동석 변호사는 "A씨의 해지 통보가 도달한 2026년 7월 31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는 10월 31일에 임대차계약은 확정적으로 종료된다"며 "이후 임대인 동의가 없더라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및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A씨의 집이 '등록임대주택'이라는 점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등록임대주택은 임대차계약을 변경할 때마다 관할 구청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며 "2025년 계약서 작성이 '변경신고'로 접수됐는지 렌트홈·관할 구청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변경신고로 처리됐다면 임대인 스스로도 이를 기존 계약의 연장으로 취급했다는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변호사들은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완전히 기재되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이사를 가거나 전출신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퇴거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가 걱정하는 소송 지연 문제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소송 중 2027년 5월이 지난다고 재판이 자동으로 끝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소송 중 2027년 5월이 지나도 사건이 자동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판결이나 합의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