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만 무려 3명⋯채용 시험 중 지원자가 사망했다면 누가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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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만 무려 3명⋯채용 시험 중 지원자가 사망했다면 누가 책임질까

2020. 10. 29 20:31 작성2020. 10. 29 20:38 수정
백승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bs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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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으로 일하기 위해 채용 시험을 치르던 지원자가 사망했다. 이번 달에만 세 명.이처럼 채용 전형 도중 지원자가 사망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되는 걸까? 노동 사건을 많이 다룬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이번 달에만 세 명이 숨졌다. 경북 군위, 경남 창원, 울산광역시 등에서다.


그들이 사망한 시점이나 나이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하나 있다. 모두 산불감시원으로 일하기 위한 채용 과정 중에 사망했다는 점이다.


사망한 3명 모두 15L의 물을 채울 수 있는 산불진화장비를 지고, 산길이나 언덕 등을 1~2km 이동하는 체력시험을 봤다.


유족들은 이에 대해 "응시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대책이 부실했다"고 말하고 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채용 전형 도중 지원자가 사망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되는 걸까. 유족들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노동 사건을 많이 다룬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채용 진행 중 주관하는 측의 '안전의무' 여부에 달려

우선 변호사는 시험을 주관한 쪽에서 지원자들에 대한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민법 제750조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돼있다.


산불감시원 사망사고의 경우 해당 지자체들이 만약 채용 과정 중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과실'이 있다면,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는 "시험을 주관하는 쪽에서 구급 장비 등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관리⋅감독의 의무를 갖췄어야 한다"며 "이를 갖추지 못했을 때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북 군위군에서 사망한 산불감시원 지원자 유족은 "(지난해보다) 시험 거리가 3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출발점 근처에만 배치한 것은 안전대책 부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의 A변호사는 "손해배상에서 과실은 곧 '예견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만약 시험거리 증가로 '지원자가 다치거나,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면 이를 과실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이 자신의 의지로 시험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과실상계가 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종합해보면, 채용 진행 과정 중 관리감독에 과실이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폭넓게 인정되는 관리⋅감독 의무

법원도 보호 및 감독의무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적을 위한 체력검사 중 한 학생이 사망한 사고에서 학교 교장과 교사에 대해 "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했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체력소모가 많고 체력검사 도중 호흡곤란과 혈압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하여 신체에 이상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종목을 실시하면서, 사전에 학생들을 상대로 신체 및 건강 상태의 이상 유무를 세밀하게 확인 점검했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이후 "체력검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제외시키거나, 사전에 준비운동을 시키는 등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교육 활동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교사의 일반적인 보호 감독의무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례를 위 사례 등에 적용해보면, 채용 과정 중 체력 시험은 불가분 관계에 있었다. 이 때문에 시험을 주관했던 측이 '적극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과실로 인정될 확률이 높다.


안전사고에서 주로 쟁점이 되는 다섯 가지

이런 일은 산불감시원 채용 시험과 같은 특수한 직군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직장 채용 면접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불상사가 잇따른다. 그렇다면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안전의무를 지켜야 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대한변협이 인증한 노동법 전문 오세정 변호사는 "이와 같은 사고로 인한 소송의 경우 몇 가지 쟁점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사고 전 ①시험이 실시된 장소가 충분히 안전성을 갖췄는지 ②구급 인력이나 장비가 잘 갖춰졌는지 ③상황을 통제할 인력이 충분히 있었는지를 법원은 주로 본다"고 했다.


더불어 "④사고 후에는 즉각 대처가 이뤄졌는지 ⑤안전을 위한 사전 교육이 있었는지 등도 확인한다"고 오 변호사는 말했다.


최소 이 정도는 지켜야 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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